입추가 지난 지 일주일이 됐지만 폭염은 꺾일 기세가 아닙니다. 이런 날씨에는 야외활동 자체가 두려울 정도입니다. 요즘 같은 한여름에 사람이 감기에 걸리면 ‘개도 걸리지 않는 감기에 걸렸다’고들 하지요. 변변치 않은 상태를 일컫는 속담입니다. 그런데 정말 여름철이면 개도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요. 오늘은 여름철에 자주 걸리는 반려동물 질환을 소개하고 그 예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감기는 걸립니다. 하지만 병원을 찾는 반려동물에게 흔히 발생하는 질환은 계절 과일과 관련된 질환입니다. 그중 ‘포도’와 ‘씨앗류 과일’이 문제인데요. 포도는 반려동물이 절대 먹어서는 안 되는 과일입니다. 포도의 독성으로 신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일정량 이상 먹으면 급성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많은 반려동물이 씨앗류 과일을 먹은 후 이물반응을 일으켜 동물병원을 찾곤 합니다. 자두나 복숭아의 경우 씨앗을 둘러싼 과육이 달콤한 향을 내는 데다 삼키기도 쉬워 반려동물이 자주 삼키게 됩니다. 과육으로 덮인 날카로운 씨앗이 위로 들어가면 위산에 녹지 않고 위장장애를 일으켜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씨앗류 과일은 반려동물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보관하고, 과일을 먹은 후에는 바로 치워야 합니다. 반려동물이 이러한 과일을 먹었다고 의심될 때는 즉각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게 좋습니다.

여름철에는 기르던 털을 짧게 깎게 되는데 이때 보호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피부병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모종과 다르게 장모종의 경우 피부가 털에 가려진 경우가 많아 피부질환 관찰이 쉽지 않습니다. 또한 습한 날씨에 외출이 잦으면 피부와 귀의 습도가 높아져 피부질환도 심해질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물놀이를 갔을 경우 물에 젖게 되면 바로 말려주어 습도와 연관된 피부질환을 예방해야 합니다.

산책이 많아지는 계절이므로 외부기생충과 관련된 예방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모기에 의해 옮겨지는 심장사상충은 요즘 같은 때 전염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모기에 의해 감염됐다고 해도 즉각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심장사상충의 유충이 성충이 돼 심장으로 진입해 증상을 일으키는 기간이 대략 6개월입니다. 여름철에 감염된 심장사상충이 늦가을이나 겨울에 증상을 보이게 되는 거지요. 세계심장사상충예방 학회는 1년에 1회는 감염 여부를 확인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심장사상충 가운데 기존 약물에 내성이 생긴 변종도 관찰돼 감염 시 빠른 치료가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반려동물의 생명과 직접 연관이 있는 것은 열사병입니다. 사람과 다르게 땀을 흘리지 않고 호흡으로 체온을 조절하는 개는 쉽게 고열이 오며 과호흡으로 인한 산 염기 불균형까지 발생, 바로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낮에 장기간 산책이나 과격한 운동은 삼가는 게 좋습니다. 또 한낮에 자동차 안의 온도는 40도가 넘습니다. 안일한 생각에 단 몇분이라도 반려동물을 차 안에 두면 열사병으로 인한 쇼크 상태에 빠지기 쉽습니다. 반려동물의 체온이 과도하게 높다고 판단되면 아이스팩을 배에 대주거나 발바닥에 알코올을 묻혀 체온을 떨어뜨리는 응급조치를 한 뒤 곧장 동물병원으로 달려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올해는 장마도 없이 폭염으로 이어져 여름철 질환에 노출될 우려가 더 큽니다. 반려동물의 건강에 각별히 신경 써 주세요.

■ 나응식 수의사는?

나응식 수의사는 충북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미야자키대학 동물병원 외과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행동학 강사를 역임 중이며 충북대학교 내과 임상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또한 그레이스 동물병원 대표 원장으로 있다. 충북대학교 수의학과 대학 임상동문회장, 고양이 수의사회 편집위원장, 서울시 수의사회 상임이사, 서울시 수의사회 반려동물 행동학 연구회 회원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