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잘 쇠셨는지요.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명절 연휴기간에 반려동물에게 발생하는 질환의 대부분은 음식 때문입니다. 즐거운 명절에 반려견은 잘못된 음식을 먹고 최악의 명절을 보낼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오늘은 명절기간뿐 아니라 평상시 사료와 간식을 포함해 음식을 제공할 때 세워야 하는 원칙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첫째, 반려견에 있어서 보호자는 생명의 양식을 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보호자분들은 사료를 가득 쌓아놓고 외출을 하거나 식사시간이 되면 밥그릇에 사료와 물을 채운 채 아무런 교육 없이 급식을 합니다. 하지만 반려견의 식사는 예절교육의 측면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시간입니다. 식사를 줄 때 “앉아”나 “기다려”와 같은 지시를 내리고, 이에 따랐을 때 음식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지시는 심하게 반복하거나 오래 기다리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둘째, 반려견의 식사 중에는 음식을 빼앗지 않아야 합니다.

사람들에게 우스갯소리로 “개도 먹을 때는 건드리지 않는다”라는 얘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살아 있는 생명들에게는 그만큼 밥먹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반려견에게도 이 시간은 매우 소중하며, 본능적인 시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먹을 것을 지키려는 습성이 강한 반려견의 경우 식사 중 자극을 주면 물거나 짖는 반려견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음식을 지키려 하는 반려견을 혼내거나 벌칙을 가한다면 보호자가 자신의 음식을 빼앗는다고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식사를 처음부터 다 주지 않고 먹고 있는 도중에 더 준다든지, 먹고 있을 때 식기에 좋아하는 먹이를 넣어주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보호자가 반려견의 식기에 가까이 가는 일은 먹을거리를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더 주거나 더 맛있는 음식을 넣어주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반려견이 이해하도록 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보호자가 식사를 하면서 반려견에게 음식을 주지 않아야 합니다.

명절에 보호자와 가족들이 식사를 시작하면 테이블 옆에 동그란 눈으로 반려인을 애잔하게 쳐다보는 반려견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먹을거리를 주지 않을 때 반려견은 짖는다든지 앞다리를 보호자의 무릎에 올리는 행동을 합니다. 반려인은 이런 애교에 넘어가 가장 맛있는 것을 주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반려견은 먹을 것을 얻기 위해 그 지능을 최대한 이용해 눈물겹게 보이도록 노력하는 동물입니다. 그래서 예절교육 시 보상품으로 음식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반려견이 테이블에서 음식을 얻어먹는 습관은 나쁜 버릇을 만듭니다. 식사 중 반려견이 옆에서 아무리 ‘애원’하더라도 음식물을 줘서는 안됩니다. 또한 사람이 먹는 음식을 주게 되면 반려견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양념식품이 많아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음식을 조르는 반려견에게 참고 기다리면 간식이 주어진다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상황이 익숙해진다면 테이블 옆에서 반려인을 귀찮게 하는 대신 조용히 앉아서 기다리는 행동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 나응식 수의사는?

나응식 수의사는 충북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미야자키대학 동물병원 외과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행동학 강사를 역임 중이며 충북대학교 내과 임상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또한 그레이스 동물병원 대표 원장으로 있다. 충북대학교 수의학과 대학 임상동문회장, 고양이 수의사회 편집위원장, 서울시 수의사회 상임이사, 서울시 수의사회 반려동물 행동학 연구회 회원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