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아지 공장’ 사건 이후 동물복지와 동물보호법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습니다. 법적인 개선사항에 대한 논의도 뜨겁습니다. 이에 현재 우리가 반려동물과 생활하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반려동물에 대한 복지 원칙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간략하게 5가지로 소개해 드릴 수 있는데, 반려동물들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복지권’이라고 이해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첫째는 부적절한 영양관리(굶주림, 쇠약, 비만)로부터의 자유입니다. 반려동물 보호자 중에는 적절한 양의 급식을 주지 않거나 과도하게 급식을 하는 보호자가 있습니다. 이렇듯 비만견으로 만들거나 반대로 저체중으로 만드는 것은 복지의 첫번째 원칙에 어긋납니다. 적절한 영양관리 및 급식의 제공이 반려동물 복지의 첫 번째 원칙입니다.

둘째는 불쾌한 환경이나 오염된 장소로부터의 자유입니다. 활동량이 많은 포인터나 대형견을 원룸과 같은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게 하는 것은 반려동물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겨 줍니다. 반려견을 입양할 때는 자신들의 생활환경과 방식을 고려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복지의 두 번째 원칙입니다.

셋째는 신체적 고통(통증, 부상, 질환 등)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반려동물은 질환이 생겨도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보호자들이 인지할 정도로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 동물병원을 찾곤 합니다. 따라서 보호자는 평상시 관찰을 통해 이상징후가 보이거나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반려동물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끔 도와 주어야 합니다.

넷째는 정신적 고통(공포, 불안 등)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반려동물도 기쁨과 슬픔을 느낍니다. 잘못한 행동을 했다고 과도한 체벌을 주면 반려견도 상처를 받고 위축돼 우울증에 걸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정신적 문제는 여러 문제행동으로 나타납니다. 대소변의 실수, 파괴적 행동, 공격성 등으로 이어져 함께 생활하기 힘든 경우도 생깁니다. 장시간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질 경우에도 분리불안 증상이 생깁니다. 따라서 강아지 때부터 ‘크레이트 훈련’이나 기능성 장난감 등으로 분리불안증이 진행되지 않게 도움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다섯째는 자연스러운 본능을 발현하며 살 수 있는 자유입니다. 일반적으로 개의 조상은 늑대이므로, 모든 반려견은 사냥에 대한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냥의 기본은 냄새 맡기, 쫓기, 뛰기 등입니다. 반려견을 사랑하는 독자들께서는 이를 위해 1일 2회 15~30분 정도 산책을 하며 냄새 맡는 것에 대한 본능을 해소해 주고 계시는지, 공을 이용한 사냥 본능을 해소해 주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이러한 사냥과 포식 본능을 해소케 하는 여러 기능성 장난감들이 많이 출시돼 조금의 노력과 관심을 기울인다면 반려동물에게 보다 나은 복지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위의 5가지 복지 원칙은 반려동물들이 최소한 누려야 할 동물복지와 관련된 원칙이며, 이는 매우 어렵거나 힘든 일이 아닙니다. 작은 관심으로 반려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성향을 파악한다면 반려견과 반려인 모두 좀 더 나은 ‘삶의 질’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 나응식 수의사는?

나응식 수의사는 충북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미야자키대학 동물병원 외과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행동학 강사를 역임 중이며 충북대학교 내과 임상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또한 그레이스 동물병원 대표 원장으로 있다. 충북대학교 수의학과 대학 임상동문회장, 고양이 수의사회 편집위원장, 서울시 수의사회 상임이사, 서울시 수의사회 반려동물 행동학 연구회 회원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