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는 베스트.”

BK의 직구는 살아있다. ‘투수조련사’ 넥센 김시진 감독도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핵잠수함’ 김병현(33·넥센)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김병현은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프로야구 시범경기에서 국내 데뷔전을 치렀다. 넥센에 입단한 이후 첫 공식 경기 등판이었다.

1.2이닝 동안 총 43개를 던지며 1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변화구는 보완해야 하지만 직구는 최고구속 145㎞까지 던지며 완벽하게 제구했다.

김병현은 5-3으로 앞선 6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사직구장을 찾은 팬들은 돌아온 ‘핵잠수함’에게 환호성을 쏟아냈다.

첫 상대는 4번타자 홍성흔. 김병현은 초구부터 직구로 윽박질렀고 4구째 시속 143㎞짜리 직구로 홍성흔을 우익수 뜬 공으로 잡아냈다. 다음 타자 박종윤에게도 이날 최고구속인 145㎞ 직구로 밀어붙였다. 이후에도 주로 직구를 시험했다. 6회 던진 14개의 공 중 12개가 직구였다.

7회에는 변화구를 시험했다.

지난 21일 한화전에서 박찬호에게 홈런을 쳐냈던 황재균이 선두 타자로 나섰다. 김병현은 볼카운트 2-3에서 몸쪽 슬라이더를 던졌지만 황재균이 좌측 깊숙한 2루타로 연결했다. 이후에도 김병현은 커브, 체인지업 등을 시험했다. 하지만 변화구를 던지면서 좋았던 리듬이 무너져 직구마저 말을 듣지 않았다. 볼넷과 사구를 연속으로 내줘 2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투구수도 예정된 40개를 넘겼다.

결국 김병현은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어 등판한 김상수가 전준우를 삼진으로 잡아내 김병현의 첫 데뷔전은 무실점으로 마감됐다.

변화구 보완이 과제로 남았지만, 아직 컨디션 완성 단계도 아닌 상태에서 첫 등판해 선보인 직구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 감독은 “직구는 베스트”라는 찬사를 보냈고 정민태 투수 코치는 “직구 스피드와 볼 끝이 괜찮았다. 제구도 만족스럽다. 70%만 보여줘도 된다고 했는데 85%까지 보여줬다”고 점수를 매겼다. 공을 받은 포수 허도환도 “나이스볼!”이라고 외쳤다.

김병현도 “직구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등판하니까 직구가 ‘어느 정도 괜찮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직구만 던졌던 6회에 대해서는 스스로 “70~80점”이라고 점수를 매겼다.

김병현의 공을 처음 경험한 롯데 타자들도 감탄했다.

홍성흔은 “첫 타자라 그런지 직구로만 승부해왔다. 아직 판단은 이르지만 템포와 타이밍은 확실히 다른 투수들에 비해 헷갈렸다”고 평가했다.

2루타를 뽑아낸 황재균은 “변화구가 생각보다 덜 떨어져 실투 같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떨어졌으면 못 쳤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병현의 다음 등판은 2군경기다. 4월4일 2군에서 투구수를 15개 정도 늘려 등판한다. 빠르면 4월말 1군 정규리그 경기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