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로 한낮의 무더위가 잠시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장마가 지나가면 본격적인 찜통더위가 기다린다. 낮에는 더워 짜증이 나고, 밤에는 후텁지근한 열대야 때문에 괴롭다. 더위에 시달리다보면 괜히 몸이 허해지는 느낌이다. 이처럼 기력이 쇠해지면 생각나는 게 보양식이다. 일반인도 여름만 되면 보양식을 떠올리는데 몸이 재산인 축구선수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특히 프로 스포츠 중에 가장 경기시간이 길고 체력소모가 많은 축구는 순간적으로 전력질주를 하므로 그 운동량이 어마어마하다. ‘스포츠칸’이 초복(14일)을 맞아 축구선수의 여름나기 보양식을 살펴봤다.

“도대체 뭘 먹기에 90분을 내내 뛰어도 지치지 않는 걸까.”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태극호를 쉴새없이 오가는 ‘산소탱크’ 박지성 등 축구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 이같은 궁금증이 생긴다.

보통 운동선수가 많은 열량을 소모하기에 식사량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오산’이다.

많이 먹으면 몸이 무겁고 부담이 돼 탄수화물과 단백질 위주로 양보다 질을 우선시한다. 그래야만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다.

축구대표팀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파주 트레이닝센터(NFC) 신현경 영양사가 공개한 지난 6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 식단과 프로축구 FC서울의 주간식단표를 통해 선수들의 여름 보양식을 살펴봤다.

#태극전사 무얼 먹나

축구선수의 하루 섭취 칼로리는 4000~4500㎉. 성인 남자(2200㎉)의 2배다. 그만큼 충분한 열량을 공급해 줘야 하는데 특이한 것은 훈련 때와 경기 전날 먹는 음식이 달랐다.

체력 및 전술 등 훈련에 한창인 경기 4∼5일 전에는 민물장어탕·꽃등심·복어요리·삼계탕 등 고기 위주의 고단백 특식을 먹었고, 경기 전날엔 토마토크림 스파게티·샤브샤브 칼국수·감자전 등 탄수화물 위주로 섭취했다.

신현경 영양사는 “훈련 때는 보양식을 먹어 파워를 키우게 했지만 경기 전날에는 많은 탄수화물을 섭취케 해 에너지원을 만들어줬다. 다만 단백질을 아예 뺄 수 없어 샤브샤브 칼국수에 소량의 고기를 넣었다”고 했다.

또 고단백·저지방·저칼로리 음식으로 원기를 회복하는 데 아주 도움이 되는 삼계탕을 자주 했는데, 특히 엄나무와 황기를 넣은 삼계탕은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고 육질도 좋아 선수들이 좋아 했다. 전복·산낙지·새우 등도 부족한 원기를 돋우는 데 그만이었다.

#FC서울은 등심구이·마생채·콩국수

FC서울 구단의 식사는 밥과 국을 기본으로 하는 한식이다.

이면수 구이·청국장·모듬나물·단호박조림 등 6~8가지 정도 정갈한 반찬을 준비해 단백질·비타민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서울은 식후 디저트에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식혜와 과일화채, 제철과일을 따로 마련해 충분한 비타민을 공급하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게 마생채.

알로에의 4배, 포도의 6배나 되는 식이섬유를 포함한 마는 산약으로 불리며 약용으로도 널리 이용되는 식물. 소화불량·노화방지·피부 미용 등 그 효능이 뛰어난 마는 동의보감에 몸이 쇠약한 사람이 복용했을 때 원기를 회복하는 데 좋다고 설명한다.

불볕더위에 기력이 쇠해지는 서울 선수들은 마생채로 원기를 되찾고 있다.

이외 등심구이·떡갈비·삼겹살로 단백질을 섭취하고 감자전·콩국수 등으로 탄수화물을 보충케 하는 것이 복더위를 버티게 하는 FC서울의 보양식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