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즐겨 먹는 보양식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장어·보신탕·뱀탕·추어탕·고래 고기·삼계탕 등 전통적인 고단백 식품부터 녹용·홍삼·상황버섯 같은 한약재까지 거의 비슷하다. 다만 한약을 비롯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여러 건강식품에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이 있다는 얘기 때문에 최근에는 보양식을 꺼리는 선수가 꽤 있다.

보양식 대신 프로틴·아미노산 등 분말 형태의 영양보조식품을 훈련 중 수시로 물이나 우유에 타먹는 선수가 많다.

#대세는 장어·추어탕·삼계탕

이영표(알 힐랄)·설기현(풀럼)·김동진(제니트)은 장어예찬론자다.

성인병 예방·항암효과·노화방지·피부미용에 자연산 장어만한 음식이 없다고 굳게 믿는다.

장어 못지않게 붕어즙도 즐기는 설기현은 잉글랜드에 머물 때 부인 윤미씨가 해준 닭고기 요리(솔트 앤드 페퍼 치킨윙) 등을 보양식으로 삼는다.

양지의 보양식이 장어라면 음지의 보양식은 뱀이다.

90년대 K리그를 호령했던 대우 로열즈는 매년 여름 설악산에 하계 캠프를 차리고 선수들에게 뱀탕을 먹게 했다. 당시 대우 선수들이 수년 동안 먹은 뱀이 수천마리에 이른다는 얘기가 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눈 딱 감고 먹었다는 개구리 진액과 안정환(다롄 스더)이 비위에 맞지 않음에도 여름마다 찾았다는 멧돼지 쓸개즙도 아는 사람만 아는 알짜배기 보양식이다.

#정통 보양식 삼(蔘)

박주영(AS모나코)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홍삼 진액으로 원기를 북돋웠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얘기를 듣는 ‘K리그의 벤자민 버튼’ 김병지(경남)와 수원의 미드필더 이관우는 산삼 덕을 본다. 이관우에게 산삼을 정기적으로 공급했던 백운산삼연구소 전광호 소장은 “산삼에는 심폐기능을 좋게 하는 성분이 있다”며 “산삼을 먹는 축구선수들이 많다”고 전했다.

#황새의 선택은 보신탕

지난해 부산 클럽하우스 8월 식단에는 매주 1회 보신탕이 저녁 메뉴로 올라왔다. 선수시절 보신탕을 먹고 효과를 본 황선홍 감독이 모든 선수들에게 보신탕을 먹이기 위해 구단에 특별하게 부탁한 것.

부산 홍보팀 오미희 매니저는 “올해도 8월 한 달간 매주 보신탕을 먹기로 했다”며 “처음엔 보신탕을 먹지 못하는 선수들은 따로 오리고기를 먹었지만 황 감독의 지시로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국내 선수는 열외 없이 모두 보신탕을 주 1회 먹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황 감독은 “개인적으로 보신탕을 좋아하진 않지만 선수 시절 ‘약’이라 생각하고 먹어봤더니 실제로 체력관리에 효과가 있어 감독이 된 지금도 선수들에게도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밥심

이을용(강원)은 밥심으로 버틴다. 밥과 김치만 있으면 한약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는 ‘밥 예찬론자’다. 이을용은 터키 트라브존스포르에서 뛰던 시절 보양식을 권하는 에이전트에게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도 예방하는 김치와 밥을 두고 보양식은 웬 보양식이냐”며 밥이 보약이라는 지론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