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패배다. 대표팀이 한 수 아래로 봤던 중국에 발목을 잡히며 월드컵 본선 진출국의 체면을 구겼다.

홍콩전 대승에 취해 방심한 면이 없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아직 일본과 3차전이 남아있기에 아픈 기억은 빨리 잊고 취약점을 보강해야 한다. 

초반 실점이 뼈아팠다. 한국은 꼭 이기겠다는 의욕이 앞서 정상적인 플레이를 못한 것 같다.

공격할 때 부정확한 패스와 크로스를 남발해 역습을 허용했다. 경기 전 중국이 한국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겠다고 했는데 반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중국처럼 수비위주로 경기하는 팀에게는 절대 선제골을 내주면 안 된다. 중국은 포백과 미드필더의 간격을 좁혀 탄탄한 수비라인을 선보였다. 따라서 역습에 능했고, 수비 때는 한 두 명이 압박하고 나머지는 자기 자리로 내려와 미리 기다릴 수 있었다.

한국은 이런 중국의 밀집수비를 효과적으로 뚫지 못했다. 

한국은 중앙에 치우친 공격을 많이 했는데 세밀한 패스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자꾸 볼을 빼앗겼다. 중앙 공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양쪽 측면을 이용해 공격루트를 바꿔야 했다. 풀백 박주호와 오범석이 더 활발하게 오버래핑 해 수비수를 끌어내리고 공간을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부정확한 크로스도 문제였다. 중국처럼 신장이 큰 상대는 공중볼 견제가 심해 세밀하고 한 박자 빠른 크로스로 공략해야 한다. 그러나 낙하지점을 찾기도 전에 상대에게 클리어링 당해 공격이 막혔다. 

골문까지 갔다면 공격수들이 더 활발하게 슈팅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이동국과 이근호가 너무 완벽한 찬스를 만들려고 해 슈팅이 부족했다. 단호하게 슈팅하면 수비벽을 맞고 코너킥 기회가 생기면서 더 많은 공격권을 잡을 수도 있다.

3골이나 내줬기 때문에 수비수에게도 좋은 점수를 주긴 힘들다. 특히 두 번째 골을 내준 곽태휘는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았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중국보다 더 강한 팀이 나온다. 당장은 아프겠지만 중국전 패배를 곱씹어 더욱 촘촘한 조직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최진한 |본지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