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승리로 영원할 것 같았던 한·중전의 역사가 치욕스럽게 다시 씌어졌다.

10일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중국에 0-3으로 진 한국은 32년 무패의 기록이 무색할 만큼 단 한 번의 충격적 패배로 그동안 쌓아온 역사의 가치를 퇴색케 했다.

한국은 1978년 12월17일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중국과 첫 A매치에서 차범근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를 거둔 이후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한국의 중국전 역대 전적은 27전 16승11무. 

당연할 것 같았지만 28번째는 역사의 반복이 이뤄지지 않았다. 32년간 이어져온 한·중전의 역사는 '공한증'이라는 단어가 상징 그 자체로 받아들여졌지만 사실 내막을 들여다보면 한국이 위력적이거나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지난 32년간 27번의 한·중전에서 가장 많은 골 차이는 2골에 불과하다. 대승이 거의 없었다. 1986년 9월 아시안게임에서 박창선-김주성-이태호-조민국의 연속골로 4-2로 승리한 기록이 가장 화끈한 경기였다. 결국 이날 32년 만의 첫 패배는 한·중전 역대 최다 골차 경기라는 또 다른 역사를 만들고 말았다. 

그동안 한국이 거둔 16승 중 11경기는 아슬아슬한 1점차 승리였다. 1978년 중국과의 첫 경기(1-0 승)가 그랬고 2008년 마지막 경기(3-2 승)였던 동아시아대회에서도 그랬다. 1997년 4월23일 한·중 정기전에서 박건하의 2골로 2-0 승리를 거둔 후 지금까지 중국에 2골 이상의 점수차로 승리를 거둔 적은 없다. 1점차 승리 혹은 무승부가 전부였다. 

더 큰 무대인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을 대비하는 과정이라고 자위하기에는 애써 쌓아온 공든 탑이 흔적조차 없이 날아가버린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