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한국축구의 샛별’ 손흥민(19·함부르크SV)이 ‘열성 이모팬’을 만나 추억과 감동을 나눈 이야기가 최근 알려져 화제다.

지난 달 27일 오후 강원도 춘천의 공지천 인조잔디구장. 분데스리가 데뷔 첫 시즌을 마친 손흥민은 아버지 손웅정씨(48)가 지도하는 유소년클럽 춘천FC 후배들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 때 30대 후반의 한 여성이 두 아이를 데리고 운동장에 나타났다. 이 여성은 직접 만들어온 응원 현수막을 운동장 한 켠에 내건 뒤 행여 훈련에 방해가 될까봐 조심스레 2시간이 넘는 훈련을 끝까지 지켜봤다.

훈련이 끝나자 이 여성은 손흥민과 유소년 선수들에게 준비해온 초콜릿과 사탕, 음료 등이 담긴 봉지를 일일이 나눠줬다. 뜻밖에 ‘이모팬’을 만난 손흥민도 고마움에 이들 가족과 기념촬영과 사인을 해주고 장시간 아이들과 얘기하며 놀아주기까지 했다.

9살, 4살짜리 자녀를 둔 이 여성은 멀리 대전에서 손흥민을 보기 위해 직접 차를 몰아 초행길인 춘천을 찾은 ‘열혈팬’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즐겁고 뜻깊은 추억을 한아름 챙긴 이 가족은 곧 날이 어두워지는 바람에 춘천에서 1박하기로하고 차에 올랐다. 손흥민과 아버지 손씨는 이 가족을 그냥 보낼 수 없었다. “아이들과 아무데서나 자면 안된다”면서 다른 약속을 뒤로하고 곧바로 호텔을 물색해 예약한 뒤 그 곳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숙박비까지 지불했다.

이 여성은 전혀 생각지도, 기대하지도 않은 호의에 화들짝 놀라 “아니에요”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손씨 부자의 ‘고집’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같은 사연은 이 여성이 최근 스포츠경향에 E메일을 보내와 확인됐다. 손흥민의 열렬한 ‘이모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저는 그냥 손흥민 선수의 많은 팬 중에 한 사람일 뿐이고 이렇게까지 신경 안써주셔도 된다고 했는데, 손흥민의 아버지가 ‘많은 팬이 있더라도 한 분, 한 분 모두 소중하다’며 오히려 감사를 표했다”고 고마워했다.

또한 “훈련을 호되게 시키는 ‘독종 아빠’라는 보도를 접하고, 농담으로 ‘살살 좀 시켜주세요’라고 애원했더니, 손흥민의 아빠가 ‘저도 저 어린 것 데리고 마음이 아파요. 분데스리가는 완전 전쟁터인데 살아남으려면 어쩔수 없네요’라고 한 말이 가슴에 깊이 남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손흥민은 “쉽지 않은 길인데 직접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했다”며 “전화번호라도 알아뒀으면 가끔 꼬마들과 통화도 할텐데 아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