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일을 했다고 믿고 싶습니다.”

KBS2 월화극 <스파이명월> 촬영에 불참하고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났던 한예슬이 17일 오후 5시 23분께 인천국제공항에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사과에 앞서 “옳은 일을 했다고 믿고 싶다”면서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예슬은 “상황이 얼마나 어렵고 열악한지 국민들이 알아주기를 바랐다”며 “훗날 제가 했던 일을 이해해줄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자신때문에 야기된 사태에 대해서는 “다른 연기자분들과 많은 분들께 피해를 주고 어려움을 준 것에 대해서는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는 한마디만 남겼다.

한예슬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스파이명월> 촬영 복귀를 논의하기 위해 공항에서 곧장 서울 여의도 KBS로 향했다. 한예슬은 고영탁 KBS 드라마 국장 및 제작진을 만난 자리에서는 공항에서 보여준 태도와는 달리 드라마를 파행으로 몰고 간 것에 대한 사과를 먼저 건넸다. 한예슬은 “주연배우로서 책임을 생각하지 못했고 너무 교만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낮은 자세로 처음 드라마를 시작하는 신인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예슬은 갈등을 빚었던 황인혁 PD와도 화해했다. 한예슬은 “PD의 의중을 오해해 이같은 사태가 빚어졌다. 앞으로 촬영에 매진하겠다”고 사과했고, 황 PD도 “앞으로 현장에서 틈틈이 시간을 가지고 오해를 풀자”고 말해 화해했다. 또 한예슬은 17일 소속사를 통해 “모든 상황에 대해 큰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 부족하지만 남은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시 한번 사과했다. 18일부터 한예슬은 <스파이명월>에 복귀, 촬영이 정상화된다.

한편 KBS2 월화극 <스파이명월>은 지난 15일 결방됐다. 한예슬의 촬영 거부로 방송분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천재지변이나 사고 때문이 아닌 개인의 촬영 거부로 결방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미국으로 떠난지 이틀만에 돌아온 한예슬은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옳은 일을 했다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방송사와 제작사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결방’이라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잘못한 사람은 없다.

방송사와 제작사는 한예슬이 미국으로 떠난 뒤 기자회견과 보도자료를 통해 그가 촬영장에서 어떤 상식 이하의 행동을 했는지 폭로했다. 이강현 EP는 “한예슬이 현장에서 무단으로 이탈하고, 대본에 나온 내용의 촬영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정성효 CP도 “방송이 나가고 난 뒤 실제로 주 5일 촬영을 요구했다”면서 “몸개그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특정 배우와 연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김프러덕션도 “한예슬이 본인 위주로 대본 수정을 요청하고 스케줄 변경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한예슬 흠집내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네티즌들은 “한예슬도 잘못했지만 여배우를 관리 못한 방송사나 제작사 잘못도 크다”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니 웃긴 상황이다” “서로 책임만 전가하는 꼴을 보니 드라마가 더 보기 싫어진다”는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혜 기자 macond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