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박주영(26·아스널)은 볼 수 없었고, 기분 나쁜 징조까지 보였다.

박주영은 29일 잉글랜드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201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올림피아코스(그리스)와의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끝내 기회를 잡지 못했다.

아르센 웽거 아스널 감독은 마루앙 샤막과 미켈 아르테타를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간판스타 로빈 판 페르시는 후반 샤막과 교체 투입했다.

경기 양상이 팽팽하게 돌아가면서 박주영이 교체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위안을 삼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있었다. 18세의 신예 알렉스 챔버레인이 선발로 출전해 2-1 승리를 견인하는 선제골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특히 챔버레인은 잉글랜드 출신으로 최연소 챔피언스리그 득점(18세 1개월) 기록도 세웠다.

챔버레인은 박주영의 데뷔전이었던 지난 21일 슈루즈베리타운(4부리그)과의 칼링컵 32강전(3-1 아스널 승)에서 함께 뛰었다. 박주영이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반면 챔버레인은 역전 결승골을 넣으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면서 웽거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측면 공격수인 제르비뉴와 테오 월콧 등 주전들의 부상 속에서도 박주영에게는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웽거 감독의 눈도장을 받지 못한 박주영의 불안한 입지와 향후 험난한 생존경쟁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향후 대표팀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박주영은 조광래호의 주장이자 핵심 전력이다. 리그에서 제대로 출전하지 못하면서 경기력 저하가 걱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은 “염려했던 것보다 좋은 컨디션으로 대표팀에 합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주영이 소속팀 입지와 상관없이 대표팀에서 변함없는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다행이지만 지난 달 열린 한·일전과 같이 또다시 경기력 저하의 문제를 노출한다면 월드컵을 향하는 대표팀의 대장정에 큰 걱정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