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4명의 전쟁이다.

강력한 홈런왕 후보 이승엽(35), 최형우(29·이상 삼성), 김태균(30·한화), 김상현(32·KIA)이 시범경기 개막과 함께 차례로 폭발하고 있다.

일본에서 돌아온 이승엽과 김태균은 특유의 홈런을 보여줬고, 지난 해 궤도에 오른 최형우와 올해 변신을 준비한 김상현은 자신감을 실은 장타를 날렸다.

■멀리 치는 이승엽

이승엽은 17일 잠실 LG전에서 가장 먼저 홈런을 쐈다. LG 우완 임찬규의 투심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중월 2점 홈런을 날렸다. 비거리 130m 대형홈런이었다.

이승엽은 타고난 홈런왕이다. 공을 멀리 날려보내는 능력에서는 대한민국 최고다. 공의 밑둥을 파고 들어가 공을 띄우는 능력이 탁월하다.

일본에서도 거의 평균 비거리 120m를 넘겼고, 도쿄돔에서는 150m 거리의 나가시마 시게오 감독 광고판 최상단을 맞히는 등 140m이상 대형 홈런을 숱하게 날렸다.

희생플라이가 적은 것도 상징 중 하나다. 2003년까지 9년 동안 한국에서 친 희생플라이는 40개. 양준혁 SBS 해설위원은 “플라이가 될 정도로 뜨면 아예 넘어가는 공이 많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다.

■맞혀 치는 김태균

18일에는 김태균이 홈런을 날렸다. 청주 넥센전에서 넥센 강윤구의 직구를 당겨 좌월 3점 홈런을 만들었다.

크게 떠 곡선을 그리는 이승엽의 홈런과 달리 김태균의 홈런은 안타처럼 직선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 홈런도 그랬다.

김태균의 타격 유형이다. 퍼올리기보다는 공을 빠르게 맞히는 데 중점을 두고 친다. 전형적인 홈런 타자 유형은 아니다.

김태균은 몇 년 전부터 몸쪽 공략을 위한 ‘V자형’ 스윙을 만들었다. 오른 팔을 몸에 붙이고 마치 대문자 ‘V’를 그리듯 친다. 몸쪽 공에 약했던 부담을 크게 줄이면서 장타가 더욱 늘었다.

■진화하는 최형우

최형우도 18일 잠실 LG전에서 유원상의 직구를 때려 우월 솔로홈런을 날렸다.

보통 몸이 일찍 열리는 타자들은 바깥쪽 공에 약하다. 많은 거포들이 그렇지만, 최형우는 몸이 일찍 열리면서 바깥쪽 공도 잡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홈런을 치면서 타율도 높은 이유다. 1군에서 첫 홈런왕에 오른 지난 해에도 타율 3할4푼을 기록했다.

지난 해부터 4번타자로 완전히 자리잡으면서 자신감을 얻은 최형우는 무엇보다 여전히 성장 중이라는 점에서 가장 무서운 거포다.

■달라진 김상현

김상현은 SK 2연전에서 5타수 3안타를 쳤다. 18일 첫 타석에서 SK 박종훈의 바깥쪽 직구를 밀어친 우월 2루타는 이번 시즌 변화를 보여준다.

김상현은 바깥쪽 약점을 메우기 위해 밀어치는 연습을 해왔다. 공을 좀 더 오래 보기 위해 앞쪽에 있던 타격포인트는 뒤로 끌어왔다.

홈런왕에 오른 2009년과는 반대다. 당시에는 특유의 퍼올리는 스윙과 함께 타격포인트도 앞쪽에 둔 채 36홈런과 함께 141안타·127타점을 쳤다.

홈런을 의식하지 않고 타격부터 살리고자 변화를 줬지만, 결국은 장타를 끌어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김상현은 “지난 해 홈런 욕심을 내다 부진했고 마지막에야 안타를 좀 쳤다. 일단 안타를 쳐놔야 홈런 욕심도 부릴 기회가 생기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스윙 스피드는 빠른 편이라 뒤에서 밀어치는 연습을 많이 했다. 일단 안타를 치며 차츰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