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야구는 흔히 ‘화수분’으로 불린다. 젊은 선수들이 분수처럼 끊임없이 성장해 1군에 올라온다는 의미다. 현재 주전들 대부분이 지난 5시즌 이내에 주전으로 성장한 케이스다. 아직도 2군 이천구장에는 퓨처스리그에서 펄펄 나는 선수들이 1군 진입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어 타 팀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렇지만 마냥 웃을 일만은 아니다. 딜레마도 있다. 신뢰과 경쟁 사이의 접점을 찾는게 어렵다. 유망주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1군 경험을 충분히 쌓아야 하는데 주전 전력이 워낙 탄탄하다 보니 전략적으로 키울 수 있는 요소가 제한돼 있다. 아무리 노력하는 선수라도 기다림이 길어지면 지치기 마련이고,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오랜 2군 코치 경험으로 이를 잘 알고 있는 두산 김진욱 감독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2군에 머무는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1군에서 써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김 감독은 “누구든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경쟁 기회를 주겠다”고 했고, 스프링캠프 때부터 파격적인 자율야구 시스템을 통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보장해줬다.

그러나 시즌은 또 다르다. 일단 올 시즌 베스트라인업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젊은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지만 기존 전력을 뛰어넘는 선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역시 유망주 육성에도 초점을 맞춘 1군 운영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감독은 “타순 변화는 많지 않겠지만 백업 선수들을 매 경기 최대한 활용해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팀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한 타석, 한 타자라도 경험을 쌓게 하는 동시에 ‘노력하면 기회를 꼭 준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함이다. 아울러 1.5군 선수들에게 “베이스러닝, 수비, 왼손투수 공만 잘쳐도 1군에서 뛸 수 있다”며 장점 특화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운드 경쟁도 다르지 않다. 현재 선발 로테이션은 김선우, 더스틴 니퍼트, 이용찬, 임태훈으로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나머지 한자리를 두고 김승회, 서동환, 홍상삼, 정대현 등이 경쟁중인데 선발 한자리를 꿰찰 투수에 대해서는 “몸관리만 잘해 부상만 없다면 (부진하더라도)시즌 끝까지 밀어줄 생각이다”는 생각을 밝혔다.

평소 ‘유망주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감독은 없다. 그렇지만 정작 시즌이 시작돼 눈 앞의 성적에 쫓기기 되면 경험이 많은 선수를 쓰게 된다. 리빌딩 임무를 맡은 김 감독도 기존 우승권 전력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베스트 9이 아닌 (1군 엔트리 전원)베스트 26을 만들고 싶다”는 김 감독의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까. 올 두산야구의 중요 관전포인트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