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 배우들이 안방 극장을 매료시키고 있다.

그 중심에는 SBS 월화 미니시리즈 <추적자>(극본 박경수 연출 조남국)의 손현주, 김상중과 SBS 주말 미니시리즈<신사의 품격>(극본 김은숙 연출 신우철)의 주인공인 장동건, 김수로, 김민종, 이종혁 등이 있다.

지난 5월 28일 첫 방송된 <추적자>에는 톱스타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방송 이후 손현주와 김상중의 연기력은 대중들로부터 ‘명품연기’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11일 방송 시청률은 10.6%(AGB닐슨, 전국)로 동시간대 방송되는 공유, 이민정, 수지 등을 내세운 드라마<빅> 의 8.6% 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딸바보’ 였던 강력계 형사 백홍석(손현주)는 하나밖에 없는 딸 수정(이혜인)을 교통사고로 잃게되고 아내까지 자살한다. 억울한 법집행에 분노한 백홍석은 법정에서 총을 난사해 현장 체포된다. 딸의 죽음에 대통령 후보 강동윤(김상중)과 아내 서지수(김성령)가 얽혀 있음을 알게된 백홍석은 수송도중 탈출하고 혈혈단신으로 거대 권력에 맞서 싸운다. 가족을 잃은 분노가 담긴 손현주의 눈물 연기와 재벌 장인에게서 벗어나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는 김상중의 욕망의 눈빛은 시청자들의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장동건을 비롯한 40대 남자 배우 4인이 주인공인 주말 드라마 <신사의 품격>역시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 9,10일 방송된 <신사의 품격> 5,6회분은 각각 시청률 15.9%, 16.8%(AGB 닐슨, 전국)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김상중은 “드라마의 다양성을 놓고 봤을 때 나이 있는 배우들이 중심이 돼 이끌어가는 드라마가 잘 돼야 할 것 같다”며 “나이 있는 배우가 극에서 할 수 있는 몫이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생기 있고 발랄한 맛도 좋지만 숙성된 묵은지도 더 맛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사의 품격>은 불혹을 갓 넘긴 남자 4명의 일상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중년에 찾아온 사랑을 밝고 현실적으로 그려 화제다.장동건(40)-김수로(42)-김민종(40)-이종혁(38) 등 관록의 배우들은 드라마 속에서 뚜렷한 개성을 갖고있는 40대 남성 각각의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표현해내 ‘명불허전’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장동건은 12년만의 브라운관 복귀에 ‘장동건도 늙는 구나’라는 이야기를 들어야했다. 그러나 회가 거듭할수록 까칠하면서도 인간적인 건축사 소장 김도진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에게 또 한번의 ‘꽃중년’ 열풍을 몰고 왔다.

<신사의 품격> 김은숙 작가는 “남자를 타깃으로 한 드라마가 아니다”라며 “중년의 남성의 진짜 삶에 대해 여자들이 더 궁금해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쪽에 포인트를 뒀다. 겉으로 멋있게 보이는 모습 보다 허당 같은 지점에 모든 시청자들이 즐거워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MBC 월화 드라마<빛과 그림자> 역시 40~50대 배우들이 빛을 발한 드라마다. 안재욱(41)과 전광렬(52)의 대결구도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며 당초 50회였던 드라마가 14회 연장돼 64회로 방영이 예정돼있다. <빛과 그림자>는 20%가 넘는 시청률로 총 시청률 순위 2위를 기록하며 중년 배우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중년 배우들의 연기는 원숙미가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더욱 몰입할 수 있고, 연기력이 시청률로 이어진다”며 “그간 중년층이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사극’에 제한됐으나 앞으로 중년층을 겨냥한 드라마가 많이 생산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