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언제부터 좋아했어요? 진작 말을 하지~” “너 이 XX 키스할 때 힘 좀 빼라”

상대 배우를 향해 거침없고 맛깔나는 대사를 날리는 이들, SBS 드라마 <신의>에 출연중인 김희선(34)과 영화<도둑들>의 전지현(31)이다.

요즘 연예계에 ‘유부녀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결혼, 심지어 출산 후에도 여전히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결혼하면 여배우 인생은 끝’이라고 여겨지던 과거와 180도 달라진 풍속이다.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이들이 맡는 배역이다. 적게는 1~2살, 많게는 10살 차이 연하의 남자 배우와도 제법 잘 어울리는 그림을 뽑아낸다. 무엇보다 성적 매력을 폴폴 풍기는 ‘아가씨’역할을 잘도 소화해낸다.

김희선(35)은 결혼 후 첫 안방극장 복귀작인 SBS 월화드라마 <신의>에서 배우 이민호(25)와 러브라인을 펼친다. 최영 역의 이민호와는 10살 연하와의 조합임에도 외모상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인다. 더욱 눈에 뛰는 것은 연기변신. 과거 ‘캔디형 여주인공’ 역할을 도맡았던 그가 만두를 양손에 들고 허겁지겁 흡입하는 망가짐은 물론이고 욕설까지 툭툭 내뱉는다. 김희선의 유쾌한 변신에 반응도 호평 일색이다. SNS와 시청자 게시판에는 “김희선의 연기 때문에 <신의> 본다” “김희선 시집가더니 더 좋아졌다” “과거 연기와는 완전 다르다” 등의 칭찬이 잇따르고 있다.

김희선은 2007년 10월 4살 연상의 사업가 박주영 씨와 결혼한 뒤 2009년 1월 딸 박연아 양을 출산했다. 이후 2011년 중국 영화 <전국>에서 주연으로 출연했으며, 드라마 <스마일 어게인>이후 김종학 사단의 드라마 <신의>를 통해 6년만에 화려하게 드라마에 복귀했다.

박시연(33)은 결혼 후 첫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KBS2 수목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를 택했다. 송중기(27)의 상대역을 맡은 그는 빼어난 외모로 뭇 남성들을 이용하는 ‘팜므파탈’을 연기한다. 2011년 11월, 4살 연상의 회사원과 결혼한 그는 식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2012년 4월 영화 <간기남>으로 복귀했다. <간기남>속 역할 역시 ‘팜므파탈’이었으며, 그의 멋진 몸매가 드러난 포스터 덕에 영화는 개봉 내내 화제가 됐다.

한채영(32)역시 “유부녀 맞아?”라는 수식어를 늘 달고 다니는 배우다. 2007년 5월 4살 연상의 재미교포 사업가 최동준 씨와 결혼한 이후 매년 쉬지 않고 꾸준히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2010년 MBC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에서 송일국과 호흡을 맞춘 그는 중국어에 능통해 최근 글로벌 스타로 활약 중 이다. 2011년 개봉한 중국 영화 <빅딜>에 출연했으며, 이달 방송 예정인 중국 드라마 <무해가격지 남색몽상>에 여주인공으로 캐스팅 됐다.

전지현(31)은 2012년 4월 패션 디자이너 이영희씨의 외손자인 최준혁씨와 결혼했다.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영화<도둑들>에서 ‘예니콜’역으로 화려하게 스크린에 복귀했다. 전신 가죽 타이즈를 입고 외줄에 매달린 채 건물을 오가는가 하면, 실제로 8살 연하인 김수현(24)에게 사랑받는 ‘섹시한 도둑’역으로 눈길을 끌었다. 현재 영화<베를린>을 촬영 중으로 전에 없이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도 결혼 후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여배우들은 많다. 이들 모두 ‘결혼 한 것 맞아?’ 라고 할 정도의 ‘동안 외모’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으로, 당당히 주연자리를 꿰차고 활약 중이다.

MBC주말 특별기획<메이퀸>의 주인공을 맡아 김재원(31), 재희(32) 등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한지혜(28)는 2010년 9월 현직 검사와 결혼했다. 결혼 후에도 MBC 월화사극 <짝패>와 중국드라마 <천당수> 등의 작품에 출연했다. 무려 결혼 10년차에 접어든 이요원(32)은 MBC 사극<마의>의 여주인공을 꿰찼다. 방은진 감독 영화 <완전한 사랑> 촬영을 마치자마자 강우석 감독 영화 <전설의 주먹> 여주인공까지 캐스팅됐다.

2005년 4월 배우 연정훈(34)과 결혼해 유부녀가 된 한가인(32) 역시 최근 MBC<해를 품은 달>, 영화<건축학개론>을 대박 터뜨리며 크게 주목받았으며, 영화 <돈의 맛>에서 김강우와 함께 과감한 러브신을 감행한 김효진(30)역시 지난해 12월 결혼한 새신부다.

KBS2 수목드라마<차칸남자>의 연출을 맡은 김진원 PD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박시연이 결혼 이후 연기가 안정되고 물이 오른 것 같다. 결혼이 연기력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SBS 월화드라마 <신의>의 김종학 감독은 “김희선씨가 연기를 너무 잘해줘서 예쁘다. 여배우가 연기 잘하면 최고로 예쁜 것 아닌가”라며 “이 작품을 마치고 나면 배우로서 큰 별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극찬해 유부녀 배우가 갖는 핸디캡에 대해 일축했다.

이처럼 유부녀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배우들의 철저한 자기관리를 꼽을 수 있다.

위 클리닉의 조애경 원장은 “여배우들이 자기 관리를 잘하면서 나이가 덜 들어 보이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운동이나 피부관리 등 꾸준한 자기 관리를 통해 나이를 뛰어넘는 외모와 매력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원장은 “외모를 가꾸기 위한 의과적인 기술 발전 뿐 아니라, 내면의 변화도 큰 역할을 했다”며 “나이가 들었으니 이 정도의 역할이 가능하겠지라는 고정관념을 스스로 벗은 것을 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희씨도 “진취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여배우들이 늘어나고 그것이 젊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며 “여기에 세태의 변화로 대중들 역시 ‘결혼 유무를 떠나 여배우로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을 갖게 된 것이 ‘유부녀 배우 약진 현상’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여배우들이 결혼과 출산 이후에도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면서 더 이상 연애와 결혼을 꺼리지 않게 됐다. 당당하게 연애 사실을 공개하고 어린 나이의 결혼도 서슴치 않는다. 결혼한 여배우들은 결혼 후 더욱 안정된 삶과 연기활동을 펼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