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의 예상만이 아니었다. 감독들의 예상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포츠경향은 2013 K리그 클래식 개막을 앞두고 14개 구단 감독이 자기 팀 전력을 10개의 항목으로 세분화해 점수를 매기는 설문조사를 했다. 골결정력, 미드필드 장악력, 수비 안정감, 골키퍼, 팀워크, 선수들 전술이해도, 기술 수준, 체력, 벤치멤버, 프런트 협조 등으로 세부 항목을 나눠 리그 평균치를 5.5점으로 두고 1~10점 사이 점수를 매겼다. 상대팀의 전력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리그 전체의 판도를 예상하기보다 자기 팀의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한 ‘자기보고서’를 통해 팀 전력을 가늠해 본 것이다.

감독들이 고민 끝에 내린 평가를 집계한 결과 서울과 전북이 가장 높은 92점으로 집계됐고, 강원 김학범 감독은 냉정하게 팀의 현실을 인정하고 가장 낮은 점수를 매겼다.

■ 최용수·파비오 “압도적인 2강”

리그 2연패에 도전하는 서울과 1위 탈환에 나서는 전북은 확실한 양강 구도를 자신했다. 서울 최용수 감독과 전북 파비오 감독대행은 나란히 총점 92점으로 14개 구단 감독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두 팀은 10개 항목 모두 고른 점수를 보이며 나머지 팀들을 압도했다.

최용수 감독은 데얀·몰리나·아디의 막강 외국인선수 3총사에다 새로 영입한 윤일록 등 공격진에 든든한 믿음을 보였다. 여기에 미드필더 하대성·고명진 등이 어우러져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하는 데 높은 점수를 매겼다. 파비오 감독대행 역시 거의 모든 부문에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줬다. 올시즌 ‘폭풍 영입’으로 탄탄하게 전력을 보강한 자신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서울과 전북의 양강 구도에 서정원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수원(84점)과 올시즌 외국인선수 없이 국내선수로만 나서는 포항(79점)이 뒤를 이으며 ‘빅4’를 형성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시즌 아시아챔피언 울산을 4강권으로 평가하지만 김호곤 감독은 하위리그로 떨어지는 66점을 매겨 눈길을 끌었다. 올시즌 수석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한 대구 당성증 감독은 팀워크(8점)와 체력(8점) 등의 강점을 앞세워 전체 5위에 해당하는 74점으로 평가했다.

■ 김학범·안익수 “우리가 2약?”

점수가 가장 낮은 팀은 강원이었다. 강원 김학범 감독은 총점 36점을 매겨 14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낮았다. 공동 1위 서울과 전북에 무려 56점이나 뒤진다. 김 감독은 대부분의 항목에서 리그 평균 5.5점보다 낮은 점수를 줬다. 특히 미드필더 장악력은 2점, 선수층이 엷은 탓에 벤치멤버에 대한 평점은 1점을 줬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광주 FC와 마지막까지 살 떨리는 강등경쟁을 하다 힘겹게 생존했지만 올시즌 역시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 감독은 “일부러 포장할 것도 없고 냉정하게 평가했다”면서 “현실을 극복하려면 더 큰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부산을 이끌다 친정팀 성남의 사령탑에 오른 안익수 감독은 두번째로 낮은 51점으로 평가했다. 강한 카리스마로 팀을 장악하며 명가 재건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내가 원하는 수준의 40~50% 수준”이라고 말했다. 안 감독은 “5~6경기를 해야 80~90% 수준은 나올 것”이라며 전력을 다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각팀의 아킬레스건은?

각팀 감독이 10개의 항목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매긴 부문이 그 팀의 최대 약점으로, 올시즌 팀 성적을 좌우할 열쇠이다. ‘양강’ 서울과 전북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있다. 최용수 감독은 수비안정감에서 8점을 매겨 10개 항목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파비오 감독대행은 9개 항목에서 9점 이상을 매겼으나 팀워크는 7점을 줬다. 올시즌 우수한 선수를 많이 영입했지만 이들을 한데 묶는 팀워크는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님을 인정한 셈이다.

‘빅4’에 포함된 포항 황선홍 감독은 벤치멤버 능력에서는 5점을 줘 올시즌 백업 선수들의 활약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울산 김호곤 감독은 미드필드 장악력에서 리그 평균을 밑도는 4점을 매겼다. 올시즌 부산으로 이적해 공격축구를 선언한 윤성효 감독도 아직 공격이 미덥지 못한 듯 골결정력에서 5.5점을 주는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