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또는 “7위”.

개막을 앞둔 프로축구 감독들의 입심 대결로 미디어데이 현장에 웃음꽃이 퍼졌다. 오는 2일 2013 K리그 클래식 개막을 앞둔 14개 구단 사령탑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미디어데이 행사를 했다. 지난 겨울 구슬땀을 흘린 감독들은 저마다 목표를 외치며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지난해 정규리그 챔피언 FC 서울 최용수 감독과 FA컵 우승팀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은 개막전에 앞서 불꽃튀는 신경전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시작은 서울의 최 감독이었다. 그동안 포항만 만나면 펄펄 날았던 최 감독은 개막전 ‘상대의 약점을 지적해 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오른 풀백 신광훈이 왼발을 못 쓴다”며 알듯말듯한 미소를 지었다. 홈에서 포항에 진 기억이 거의 없는 서울의 자신감이 전달됐다. 하지만 상대의 약점을 공개하는 건 결코 실전에서는 득이 될리 없는 법.

옆자리의 포항 황선홍 감독에게 마이크가 넘어갔다. 최 감독의 말에 표정관리를 못 하던 황 감독은 “서울의 약점을 찾기가 참 어렵지만, 약점이라면…”이라고 뜸을 들이다가 말을 거두었다. 귀를 쫑긋 세우고 황 감독의 말을 기다리던 최 감독은 그제서야 ‘당했다’는 표정을 지었고, 기자회견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서울·전북 등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 구단들은 저마다 우승을 욕심냈다.

지난해 아쉽게 우승을 놓친 탓에 겨우내 ‘폭풍선수영입’을 했던 전북의 파비우 감독대행은 “전북은 닥공(닥치고 공격)의 색깔이 강해 상대가 처음부터 수비적이었다. 올해는 상황에 따라 스코어를 지킬 수 있는 닥수(닥치고 수비)로 우승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반면 시·도민 구단 등 재정형편이 좋지 않은 중하위팀은 7강 진입을 목표로 각오를 밝혔다.

전남 하석주 감독은 “이기려면 골을 넣어야 하는데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없어 걱정이다. 세트플레이 득점을 노려야 하는데, 골키퍼 김병지를 내세워서라도 골을 넣어 꼭 7위 안에 들겠다”고 하자 김병지는 “막고, 차고, 골까지 넣어야 하는 쉽지 않은 시즌이 될 것 같다”고 웃으면서 “감독님의 주문대로 전 포지션을 소화한다는 각오로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대구 당성증 감독도 “코치였을 때보다 생각이 많아졌고, 책임감도 더 커졌다. 공격수 송제헌이 이적했지만 이진호와 새 용병 아사모아에게 기대를 건다”고 선언했다.

유일하게 ‘강등권 탈출’을 목표로 밝힌 강원 김학범 감독은 “전체 14팀 감독 가운데 12명이 우리를 강등 1순위로 꼽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숫자만으로 논하고 싶지 않다. 최후에 그 예측이 맞는지 지켜보라”고 선언했다.

한편 출범 서른돌을 맞는 K리그 클래식은 2~3일 1라운드를 시작으로 10개월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승강제 원년의 해여서 올시즌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