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인터넷에선 ‘쇼트트랙팝’이란 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김아랑(19·전주제일고), 공상정(18·유봉여고), 심석희(17·세화여고) 등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이 걸그룹 크레용팝의 <빠빠빠>에 맞춰 5기통 댄스를 선보였다. 당시에는 단순히 스승인 최광복 코치(40)의 생일을 맞아 준비한 이벤트로 알려졌지만 반년이 지난 현재는 여자 쇼트트랙의 훈훈한 분위기를 증명하는 일화로 꼽힌다.

여자 쇼트트랙은 이번 소치올림픽에서 특별한 눈물로 주목받았다. 여자 500m에서 넘어져 동메달에 머문 박승희(22·화성시청)는 두 번 넘어져 눈물을 흘렸고, 여자 1500m에서 아깝게 금메달을 놓친 동생 심석희는 ‘언니들의 부담을 덜어주지 못해’ 울었다. 서로를 배려하며 흘린 눈물은 믿음으로, 다시 성적으로 이어졌다. 4년 전 밴쿠버 대회의 ‘노 골드’ 아픔을 딛고 완벽한 신구 조화로 메달 5개(금2·은1·동2)를 수확했다.

여자 1000m 금메달을 추가해 대회 2관왕에 오른 박승희(22·화성시청)은 대회를 마친 뒤 지난 22일 소치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끼리 있으면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선배는 진심으로 후배를 끌어주고, 후배는 흔쾌히 따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성과가 쇼트트랙 첫 금메달인 계주 3000m. 마지막 바퀴에서 심석희의 극적인 역주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박승희는 “(심)석희가 충분히 따라잡을 것이라 믿었다”며 “우리 믿음이 서로 커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활짝 웃었다. 맏언니 조해리(28·고양시청)도 “후배들이 너무 잘해줬다. 처음에는 큰 대회라 긴장해 기량을 보여주지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계주에서 준비한 만큼 보여준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심석희는 “저와 (김)아랑 언니, (공)상정 언니는 올림픽 경험이 없었다. 언니들이 올림픽에 대해 말을 많이 해주셨다.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고 공을 돌렸다.

쇼트트랙 두 번째 금메달이 나온 1000m 결승의 선의의 경쟁도 이렇게 나왔다. 나란히 금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건 박승희와 심석희는 “함께 결승에 오른 것이 너무 기뻤다. 같이 올라가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승희는 “운동할 땐 정말 힘들었는데 계주에서 모두 함께 금메달을 따 정말 기분이 좋다”면서 “잠깐이지만 그런 것을 느끼려고 운동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