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만 더 가면 ‘지옥’ 이나 다름없었다.

도하 아시안게임 참사, 그리고 201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예선탈락의 아픔 등 한국야구의 갖가지 생채기들이 다시 쓰린 생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금메달만 놓치는 것이 아니었다. 당장 1일부터 재개되는 프로야구 정규시즌을 생각하면 ‘응급 약품’도 없을 것 같았다.

한국야구가 안방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뼈아픈 철퇴를 맞기 직전의 위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났다.

한국대표팀은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대만을 만나 7회까지 2-3으로 끌려가다 8회초 4점을 몰아치며 역전에 성공, 6-3으로 승리해 목말랐던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야구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야구가 과거 여러차례 그랬듯 또 한번 ‘8회의 기적’을 만들었다.

7회말 무사 1·3루에서 한국 4번째 투수로 나온 안지만이 삼진 1개를 섞으며 실점 없이 위기를 넘기고 맞은 8회초. 선두타자 민병헌이 좌전안타로 출루해 무사 1루. 대표팀은 손아섭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김현수의 우전안타에 이어 박병호가 볼넷으로 출루해 1사 만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강정호가 밀어내기 사구로 동점을 만들었고, 나성범의 2루 땅볼로 역전에 성공한 뒤 황재균의 우전 2타점 적시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은 부담 없이 자기 공을 마음껏 던지는 대만의 젊은 투수들에 고전했다. 최고 구속 154㎞까지 던진 선발 궈지린(22·대만체대)에게 4회까지 무득점으로 묶인뒤 5회 2사 뒤 상대 실책을 곁들여 2점을 내고서야 2번째 투수로 좌완 천관위를 끌어낼 만큼 힘들 경기를 했다.

한국으로서는 5회 다 넘어온 흐름을 꽉 붙잡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1-1로 균형을 이루고 2사 1·3루에서 김현수의 유격수 땅볼이 실책으로 처리될 때 1루주자 손아섭이 2루와 3루를 돌아 홈까지 들어오다 횡사하고 말았다.

한국은 5회 추가 득점에 실패한 뒤 2-1로 리드하던 6회말 1사 1·2루에서 2번 린한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해 동점을 내준 뒤 이어진 1사 1·3루에서 3번 궈옌원의 중견수 희생플라이에 3루주자 천핀지에에게 홈을 내줘 역전을 허용한 뒤 대위기 속에 경기 후반을 치렀다.

승리를 지킨 것은 역시 필승조였다. 안지만이 8회까지 2이닝 동안 삼진 3개를 엮어내며 무실점으로 완벽히 막은 뒤 9회 들어 임창용이 아웃카운트 1개를 잡고, 봉중근이 나와 남은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내면서 짜릿했던 가을 밤의 금메달 사냥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