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선방 대결은 없었다.

김승규(24·울산)가 케일러 나바스(28·레알 마드리드)와 ‘거미손’의 자존심을 걸고 벌인 맞대결에서 고개를 숙였다.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코스타리카의 평가전에서 관심을 모은 것은 골키퍼의 선방 대결이었다.

김승규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28년 만의 금빛 영광을 이끈 수문장이다. 슈틸리케호에선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실력만 따진다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나바스 역시 코스타리카의 8강 진출을 이끈 월드컵 영웅이었기에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두 수문장은 노련하게 수비수들을 리드하며 골문을 지켰다. 전반 중반까지만 해도 그 누구의 우열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팽팽했다. 김승규가 전반 38분 먼저 실점했지만, 나바스 역시 전반 막바지 골문을 지키지 못하면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그러나 후반 시작과 함께 승부가 갈렸다. 김승규가 후반 1분 셀소 호르헤스의 힐킥을 막지 못했다. 수비수의 실책이 컸다지만, 결국 실점은 김승규의 책임이었다. 더욱이 김승규는 후반 32분 코너킥 상황에서 충분히 잡아낼 수 있었던 공중볼 처리에 실패하면서 오스카 두아르테에게 쐐기골까지 내줬다. 김승규가 패배를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