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는 아프지만 미래를 위한 밑거름으로 만들어야 한다. 강팀과의 경기를 통해 한국 축구가 다시 나아갈 길을 찾게 됐다면 패배에서도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국 축구가 브라질월드컵 8강에 오른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위 코스타리카에 완패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0)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1-3으로 졌다. 지난 10일 파라과이와의 데뷔전에서 2-0 완승을 거둔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첫 패배를 맛봤다. 강호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을 통해 한국 축구는 수비 조직력과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냉정한 현주소를 실잠했다. 하지만 새로 출범한 슈틸리케호는 강팀과의 대결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플레이를 펼쳤고, 미래를 위한 좋은 경험을 쌓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월드컵 8강 진출국 코스타리카를 맞아 정예 멤버를 꾸렸다. 최전방에 베테랑 이동국(전북)을 배치하고 그 아래 이청용(볼턴)·남태희(레퀴야)·손흥민(레버쿠젠) 등 재능있는 젊은 선수들로 공격진을 꾸렸다. 살림꾼 기성용(스완지시티)을 보다 공격적으로 배치한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초반부터 경기는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파라과이전과는 흐름이 달랐다. 코스타리카는 전방에서 강력한 압박을 펼치며 공수 간격을 좁혀 한국에 맞섰다. 치열한 힘겨루기 끝에 한국은 전반 10분 박주호(마인츠)의 왼발 슛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주호가 16분 부상으로 실려나가면서 흐름은 이어지지 못했다. 한국 수비진이 어수선한 틈을 타 코스타리카는 날카로운 공격으로 한국 수비진을 위협했다. 강력한 전방 압박에 이은 빠른 역습은 위협적이었다.

흐름을 빼앗긴 한국은 결국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 37분 왼쪽 측면에서 길게 넘긴 크로스를 문전에서 브라이언 루이스가 떨궈줬고 셀소 보르헤스가 침투해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전반 42분 기성용이 오른쪽을 침투해 올린 땅볼 크로스를 받은 김민우의 왼발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려 아쉬움을 남겼지만 전반 종료 직전 동점골을 넣었다. 오른 측면에서 논스톱 패스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린 뒤 손흥민이 돌파해 올린 땅볼 크로스를 이동국이 마무리했다.

전반을 잘 마무리했지만 후반 초반 수비가 정비가 되지 않아 다시 실점했다. 후반 2분 순간적으로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라미레스의 패스를 문전에서 받은 보르헤스가 뒷발로 밀어넣으며 다시 골문이 열렸다. 한국은 이후 기성용을 보다 공격적으로 올려 공세에 나섰으나 단단한 코스타리카 수비진을 뚫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32분 코너킥에서 오스카 두아르테에게 헤딩골을 또 내줬다. 슈틸리케 감독이 가장 강조한 수비 조직력은 강팀 코스타리카를 맞아 위력이 사라졌다. 상대 개인기에 밀렸고, 집중력에서도 무너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벤치에서 부지런히 움직였다. 상대 파울에는 주심에 강하게 어필도 했고, 선수들에게 공격적으로 올라가는 큰 몸짓으로 독려하기도 했지만 역전극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10월 A매치 일정을 마무리한 한국은 다음달 중동에서 요르단(14일)·이란(18일)과 원정경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