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4강행이 결정되는 지난 17일 사직 롯데전에서 우규민(29)은 선발로 등판했다.

마음의 짐이 무거웠던 탓일까. 우규민은 이날 경기에서 2.1이닝 4실점으로 강판됐다. 그리고 LG는 이날 롯데에 5-8로 졌지만 다행히 같은 날 SK가 2-7로 패하면서 4강행을 확정지었다.

우규민은 지나고 나서야 그날 경기의 상태를 말할 수 있었다. 그는 “긴장해서 몸이 많이 굳었었다”고 했다.

지난 21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의 선발 투수로 결정된 후 우규민의 표정은 한결 밝아보였다. 이틀 동안 비로 경기가 미뤄져 2차전 선발 투수의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는데도 우규민의 마음은 지난 17일 경기보다 가벼웠다.

그는 “그래도 팀이 1승을 해둬서 부담이 덜 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가벼워진 마음만큼 몸도 펄펄 날았다.

22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우규민은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이날 5이닝 4안타 1볼넷 3삼진 무실점으로 NC 타선을 틀어막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2㎞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커브(3개), 슬라이더(8개), 투심패스트볼(3개), 체인지업(23개) 등을 고루 섞어 아웃카운트를 늘려나갔다. 덕분에 투구수 67개로 효율적인 피칭을 했다.

1회 선두타자 박민우에게 우전 안타를 내줬지만 김종호의 병살타를 이끌었으며 3번타자 나성범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2·3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한 우규민은 4회 수비의 도움도 받았다. 1사후 김종호, 나성범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1·3루의 위기를 맞았다. 이어 테임즈의 타구를 2루수 김용의가 호수비로 잡아내 위기를 모면했다. 우규민은 환히 웃으며 김용의와 기쁨을 나눴다.

5회에도 기세를 이어 삼자범퇴로 처리한 우규민은 6회 손시헌에게 볼넷을 내주고 대타 조영훈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1·2루 상태에서 마운드를 신재웅에게 넘겼다. 신재웅이 실점을 막아 우규민의 실점도 0으로 유지됐다.

우규민의 호투로 LG는 2차전도 4-2 승리로 장식했다. 생애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서 승리를 안은 우규민은 데일리 MVP까지 받았다.

경기 후 우규민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예방주사를 제대로 맞은 것 같다. 롯데나 NC나 공격 성향이 비슷한 타자가 많아서 롯데전 던진 것을 많이 생각하면서 좀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조금 얼떨떨한 기분으로 선발로 던졌는데, 지나고 나니까 엄청 후회가 됐다”며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지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일구일구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