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군단’, 그 느낌 그대로 일단 반가운 이름은 아니다.

포스팅(비공개 입찰)을 통해 강정호(27·넥센)에 대한 독점 교섭권을 따낸 팀이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23일 확인되면서 여러 갈래의 해석과 전망이 뒤따르고 있다.

피츠버그는 강정호의 몸에 꼭 맞는 팀은 아니다.

강정호는 포스팅 최고 입찰액(500만2015달러)을 확인한 뒤 “포스팅 금액보다는, 가서 잘하는 게 중요하다. 내게 꾸준히 기회를 줄 수 있는 팀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회’는 해당팀 전력과 맞물려 나타난다.

피츠버그는 메이저리그 각 구단들이 전반적으로 내야수 기근에 시달리는 것과 달리 견고한 내야진을 확보하고 있다.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가 버티고 있는 데다 백업 유격수 숀 로드리게스가 뒤따른다. 여기에 2루수 닐 워커와 3루수 조리 해리슨이 건재하다.

머서는 최근 2년간 빅리그에서 거의 풀타임을 뛰었다. 올해는 149경기에 나서 타율 2할5푼5리에 12홈런 55타점을 기록했다. 2루수 워커는 2010년 이후 빅리거로 점프한 선수다. 올해 137경기를 뛰며 타율 2할7푼1리에 23홈런 76타점을 올렸다. 강정호가 “유격수가 아니라면 2루수보다는 나은 자리”라고 했던 3루수에는 올해 143경기를 소화하며 타율 3할1푼5리에 13홈런 52타점을 올린 해리슨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영입하려는 이유를 단번에 알아채기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강정호를 경쟁 팀에 빼앗기지 않기 위한 ‘위장 입찰’이라는 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2010년 말 오클랜드가 일본의 이와쿠마 히사시에게 1910만달러에 이르는 포스팅 금액을 내놔 독점 협상권을 따내고도 선수 요구액(7년·1억2500만달러)과 너무나 큰 차이가 나는 조건(4년·1525만달러)에서 움직이지 않아 계약이 무산된 것과 유사한 사례가 아니냐는 우려다.

더구나 피츠버그는 큰 시장을 끼고 있는 팀이 아니다. 2014시즌 연봉 총액이 7766만6333달러(ESPN 기준)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27위였다. 구단 간판인 앤드루 매커친의 올 시즌 연봉이 약 750만달러다. 연봉 500만달러가 넘는 야수는 매커친과 2루수 워커(575만달러) 뿐이다.

기회가 적을 뿐더러 푸짐한 계약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라 강정호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단 피츠버그와 강정호는 내년 1월21일까지 협상할 수 있는데 ‘협상 테이블’ 공기가 청명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전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에이전트 앨런 네로의 협상력에 기대를 걸어야 할 상황이다. 네로는 이날 폭스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강정호가 피츠버그를 직접 찾아 팬들을 만나기를 원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폭스스포츠는 “피츠버그에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가 있지만, 그 때문에 강정호를 영입하려는 열의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피츠버그 내야진이 짜임새를 보이고 있으나 조금씩 따져보면 빈틈이 있는 점도 강정호가 희망을 걸어볼 부분이다. 유격수 머서는 공격력 면에서는 아직 두드러진 수준이 아니다. 해리슨은 3루수로 첫 풀타임을 소화한 시즌 뒤라서 어느 정도 지속력을 보여줄지 지켜봐야 한다.

강정호는 “아시아 야수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고 했다. 굳건한 각오를 밝혔지만, 의외의 팀 피츠버그가 나타나면서 계산이 복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