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7·넥센)가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연봉 협상에 돌입한다. 23일 최고 응찰액을 적어낸 팀이 피츠버그임이 알려졌다.

MLB.com의 칼럼니스트 필 로저스는 “피츠버그가 그 동안 국제적인 스카우트에서 모험적인 시도를 많이 했기 때문에 27세로 전성기를 누리는 유격수를 영입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실제로 피츠버그는 전통적으로 국제 스카우트에 관심을 가져왔다. 피츠버그의 국제 스카우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명예의 전당과 피츠버그 영구결번(21번) 선수인 로베르토 클레멘트를 찾아볼 수 있다. 피츠버그는 일찌감치 하위 하이크라는 1940년대부터 50년간 활동한 중남미 스카우트를 통해 국제 스카우트로 재미를 봤다. 클레멘트는 라틴계 메이저리그 출신 1세대로 통산 타율 3할1푼7리, 3000안타를 기록한 레전드다. 또 선행에 앞장서 현재 메이저리그 사회봉사 공로상에 그의 이름이 붙어있다. 또 포수로 세차례나 올스타에 선정된 매니 상길렌도 파나마 출신으로 피츠버그에서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현재 피츠버그의 국제 스카우트는 일반적인 시각과는 조금 다르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주고 데려오는 쿠바 선수들같은 ‘대어’급은 없다. 대신 가능성을 보고 영입한 케이스가 많았다.

피츠버그는 메이저리그 구단 최초로 인도 선수들을 영입했다. 지난 2008년 인도 출신의 우완투수 디네쉬 파텔, 좌완투수 링크 싱과 계약했다. 당시 창던지기 선수였던 둘은 ‘85마일 이상의 공을 스트라이크존에 던질 수 있는 선수’를 뽑는 대회를 통해 선발됐다. 6개월간의 야구 수업 직후에 공개 테스트를 통해 90마일 초반의 빠른 공을 던져 피츠버그의 지명을 받았다.

또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로 뛰면서 두각을 보인 기프트 엔고에페도 영입했다. 엔고에페는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 베스트 내야 수비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9년 산하 루키리그의 GCL 파이리츠에는 9명의 국제 스카우트 선수들이 뛰기도 했다. 콜롬비아, 푸에르토리코, 멕시코, 파나마, 호주, 캐나다 등에 알래스카 출신 선수도 있었다.

카일 스타크 피츠버그 부단장은 “뉴욕 양키스처럼 대형 FA선수를 영입하기는 힘들다. 우리는 선수를 영입하는데 조금 더 창의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오픈 마인드와 까다롭게 보는 시선이 필수”라고 했다. 하지만 엔고에페는 발전이 더디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싱은 팔꿈치 수술을 받는 등 그리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피츠버그가 강정호와의 독점 협상권을 따낸 것은 기존 국제 스카우트와는 다른 행보라 볼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라는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검증되지 않은 무대에서 뛴 강정호지만 기본기와 하드웨어를 충분히 갖췄다는 점, 그리고 포스팅 금액만 500만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했다는 점에서 다른 선수들과는 조금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