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는 속출하는데 마땅한 ‘플랜B’는 보이지 않는다. 정말 23명을 모두 활용하며 우승까지 갈 수 있을까. 55년 만의 아시아 정상 도전을 노린다던 한국 축구가 삐걱거리고 있다.

한국은 13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 주전급이 대거 이탈한 채 나섰다. 이청용(볼턴)은 부상으로 이번 대회를 마치고 14일 조기 귀국길에 오르기로 했다.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손흥민(레버쿠젠), 구자철(마인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등은 부상과 감기 등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 10일 오만과의 첫 경기와 비교하면 주전의 절반이 바뀌었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61)은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주전 11명이 아닌 23명을 전부 활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번 교체는 우승이라는 장기 레이스를 위한 포석이 아닌 부상 관리 실패가 주 원인이다.

오만전에서 부상으로 교체됐던 이청용과 김창수의 결정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당시 오른쪽 정강이뼈에 통증을 호소했던 이청용은 결국 3주 진단이 나오면서 귀국이 확정됐고, 김창수도 오른쪽 허벅지에 통증을 호소해 3일째 훈련에 불참했다. 오히려 김창수와 똑같은 부위를 다친 조영철(카타르SC)이 전열에 복귀했다는 사실이 반가울 따름이다. 협회 관계자는 “김창수는 내일 훈련부터 복귀해 훈련에 나설 것”이라며 “조영철은 경기에 뛰는 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손흥민을 비롯해 구자철과 김진현 등은 감기에 걸려 경기에 뛸 수 없었다. 선수단 관리에 문제가 없는지 돌아볼 대목이다. 한국 축구는 불과 반년 전인 브라질월드컵에서도 황열병 주사로 선수단 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플랜B를 제대로 준비했는지도 의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쿠웨이트전처럼 주전들이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빠질 경우 대체로 들어갈 선수들이 제몫을 다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가동된 백업 선수 가운데 남태희(레퀴야) 정도를 제외하면 위력이 떨어졌다. 특히 새로 가동된 김영권(광저우헝다)·장현수(광저우 푸리) 중앙수비 조합은 호흡이 잘 맞지 않고 대인 방어에서 계속 불안함을 노출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실전에서 호흡을 맞출 기회가 적었던 백업들을 얼마나 잘 준비시켰는지 궁금하다. 정상도전을 노리는 슈틸리케의 선수단 운영과 관리를 다시 점검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