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쿠웨이트와 0-0으로 맞선 전반 36분. 남태희(24·레퀴야)는 차두리(서울)가 올린 크로스가 올라오는 순간 재빠르게 몸을 날려 헤딩슛을 날렸다. 골키퍼 손을 스친 공은 골네트를 흔들었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경기에 한숨을 내쉬던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61)이 절로 만세를 부른 선제골. 가뭄 끝의 단비처럼 한국 축구의 아시안컵 8강 진출길을 열어준 이날 경기의 유일한 골이었다.

한국이 13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남태희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쿠웨이트를 1-0으로 이겼다. 지난 10일 1차전에서 오만을 1-0으로 꺾었던 한국은 2연승으로 승점 6점을 올렸다. 한국은 오는 17일 오후 6시 조1위 자리를 놓고 브리즈번에서 개최국 호주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낙승을 거둘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경기는 팽팽한 접전이었다. 한국이 전반 30분 이근호의 첫 슈팅으로 공격의 물꼬를 열 때까지 양 팀 모두 슈팅 하나 기록하지 못했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단단한 쿠웨이트의 수비 탓만은 아니었다. 오만전에 선발로 나섰던 핵심 선수들이 무려 5명이나 부상으로 결장한 게 발목을 잡았다.

이청용(볼턴)은 아예 오만전에서 다친 오른쪽 정강이뼈에 미세 골절이 발견돼 귀국길에 오르게 됐고, 김창수(가시와 레이솔)도 오른쪽 허벅지 부상으로 결장했다. 공격의 절반이라는 손흥민(레버쿠젠)과 오만전 최우수선수 구자철(마인츠), 주전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까지 감기몸살로 한꺼번에 빠졌으니 유기적인 연계 플레이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여기에 갑작스러운 수중전이 이어지면서 정교함까지 빼앗겼다.

답답했던 흐름을 풀어낸 해결사는 남태희였다. 오른쪽 날개로 선발 출전한 남태희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수비를 흔들었다. 그리고 전반 36분 단 2번의 패스로 골문을 열었다. 차두리가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면서 길게 올린 공을 남태희는 절묘한 다이빙 헤딩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왜 남태희가 슈틸리케 감독의 총애를 받는지를 증명한 대목이다. 선제골을 터뜨린 한국은 쿠웨이트의 공세를 막는 데 초점을 맞췄다. 후반 14분 알리 마크시드에게 골대를 때리는 슈팅을 허용하는 등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선제골을 지켜내 승리를 결정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