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고 말한다.

55년 만의 아시아 정상 도전에 나선 한국 축구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직력의 뼈대를 세우기도 전에 백업선수를 발굴하려다 팀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탓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1)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13일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쿠웨이트전(1-0승)에서 졸전을 면치 못했다. 조별리그 2연승으로 8강 진출을 확정지었지만 그 내용은 우승 후보의 것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스스로 “우리는 이제 우승 후보가 아니다”라고 장탄식을 터뜨렸을 정도다.

한국의 부진은 과도한 변화가 원인이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양한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면서 우승 도전의 밑거름으로 삼으려했지만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맞물리며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는 것이다. 오만전과 비교해 주전의 절반 이상이 바뀐 한국 축구대표팀은 경기의 주도권을 전혀 잡지 못했다. 후반에는 오히려 쿠웨이트의 일방적인 공세에 시달렸다.

슈틸리케 감독이 백업선수 발굴을 원한다면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를 못 뛴 선수들도 언제든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준비된 상태”라고 말했지만 정작 결과는 착각에 가까웠다. 쿠웨이트전에서 아시안컵에 처음 출전한 7명의 선수 가운데 제대로 활약한 선수는 남태희(레퀴야) 하나 뿐이었다.

사실 대표팀의 조직력 불안은 예전부터 축구전문가들이 지적했던 문제다. 특히 우승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수비 조직력은 심각한 수준이다. 대인 방어 문제도 크게 두드려졌지만 느슨한 압박에 허술한 세트피스 대처는 한숨이 절로 나오는 수준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뒤 치른 A매치 7경기에서 같은 선수들이 수비를 짠 적은 사우디아라비아전과 오만전 2경기에 불과해 생긴 일이다. 최근 A매치 3경기에서 모두 무실점을 기록했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하다고 평가될 지경이다. 평소 슈틸리케 감독이 전술과 조직의 유연성을 중시하는 지도자라지만 실전이자 큰 무대인 아시안컵에 어울리는 선택인지는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슈틸리케 감독이 아시안컵을 선수들의 기량을 파악하는 시험대로 여기고 있지 않다면, 조직력을 먼저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