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4시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녹빛 잔디를 촉촉히 적신다. 방금 전까지 화창했던 날씨라고는 믿기지 변화. 2015 호주 아시안컵 공식 훈련장인 호주 브리즈번 페리 파크에 도착한 축구대표팀 선수 22명의 표정도 어두워져만 갔다.

대표팀은 전날인 13일 쿠웨이트전에 부상 선수 외에도 감기로만 3명의 선수가 결장하는 아픔을 겪었다. 안쓰러운 표정으로 선수들을 바라보던 대표팀 관계자는 “캔버라에서 브리즈번까지 비가 쫓아온 느낌”이라며 “선수들이 대부분 정상 체온으로 회복했지만 비가 또 내리니 마음이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빗줄기는 굵어졌지만 대표팀 훈련은 예정대로 시작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1)의 호령에 따라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달리며 구슬땀을 흘렸다. 몸을 푼 뒤에는 경기를 뛴 선수들과 뛰지 않은 선수들을 나눠 1시간여 동안 가벼운 전술 훈련까지 진행했다.

감기로 쿠웨이트전에 결장했던 손흥민(레버쿠젠)과 구자철(마인츠)만 ‘유이’한 예외였다. 애초 두 선수도 이날부터 정상 훈련에 합류할 계획이었으나 예상치 못했던 비 소식에 조용히 숙소로 돌아갔다. 김승규(울산)는 “자철이와 흥민이도 동료들과 같이 뛰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캔버라에서 브리즈번으로 이동한 대표팀이 빗속에도 훈련을 강행한 까닭은 전날의 졸전 탓이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25위에 불과한 쿠웨이트에 고전하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전반 36분 남태희(레퀴야)의 선제골을 잘 지켜내 승리했을 뿐, 경기 내용은 낙제점이었다. 후반전에는 쿠웨이트의 공세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다. 슈틸리케 감독이 “우리 팀에 필요한 것은 강한 정신력”이라고 일갈했던 배경이다.

선수들은 빗속 훈련을 오히려 정신력을 다질 바탕으로 삼았다. 박주호(마인츠)는 훈련이 끝난 뒤 “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불안한 경기력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대회는 끝나지 않았다”며 “17일 개최국 호주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분위기를 바꾸겠다. 조1위는 우리의 차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