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에 무한한 영광을 안겼던 2002 한·일월드컵. 그 영광의 무대를 경험한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축구대표팀에 남아 있는 차두리(35·FC서울)가 종착역 앞에 섰다. 숱한 애환이 담겨 있는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마지막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차두리는 오는 31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호주와의 아시안컵 결승전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난다. 55년 묵은 한국 축구의 숙원을 풀어내는 운명의 한판 승부가 그의 대표팀 은퇴 경기다.

차두리는 2001년, 대학생 신분으로 깜짝 발탁돼 태극마크를 처음 달았다. 이후 14년간 감독이 바뀔 때마다 희비가 엇갈리며 여러 차례 대표팀을 들락날락했다.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꾸는 등 숱한 스토리를 만들며 달려왔다.

호주전은 국가대표 차두리가 뛰는 마지막 경기다. A매치 75번째 경기인 호주전을 앞둔 차두리는 한국 축구의 숙원을 풀고 행복하게 대표팀을 떠나기를 꿈꾼다. 우승을 이뤄낸다면 지난해 시드니에서 겪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강전 실패의 아픔도 함께 털어낼 수 있다.

차두리는 그동안 특유의 강력한 몸 싸움과 저돌적인 돌파를 앞세워 축구팬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다. 유럽 무대 생활을 접고 K리그로 돌아와 지난 2년간 국내 프로축구 붐 조성에도 앞장섰다. 사람들은 이제 ‘차범근의 아들 차두리’보다는 ‘차두리의 아버지 차범근’이라는 표현에 익숙해졌다.

묵묵히 질주해온 차두리는 대표 생활 마지막 무대에서도 변함없는 실력으로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2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하고 폭풍 드리블과 터프한 플레이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차두리의 은퇴를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이 진행되는 등 ‘차두리 열풍’은 여전하다.

팬들의 뜨거운 성원과 대표팀 은퇴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차두리는 마지막 승부에 집중하고 있다. 차두리는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동료들과 해맑게 웃는 사진을 올리며 “내 마지막 축구 여행의 끝이 보인다. 얘들아 힘내자!! 마지막 1경기다!! 너무 너무 고맙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화이팅!!!”이라고 썼다.

차두리는 팬 사랑에 보답하고 후배들에게 영광의 우승컵을 안기고 대표팀을 떠나겠다고 다짐한다. 한국 축구의 아시안컵 우승 숙원을 시드니에서 푼다면 자신의 아픔도 함께 털어낼 수 있다. 차두리는 지난해 소속팀에서 ACL 정상을 꿈꾸며 질주했으나 시드니에서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10월1일 웨스턴 시드니와의 4강 2차전 원정경기에서 0-2로 패하면서 결승행이 좌절됐다. 2013년 광저우 헝다에 밀려 ACL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겠다고 별렀지만 호주의 벽에 막혀 또다시 아시아 정상의 꿈을 접었다.

이번 호주 대표팀에는 웨스턴 시드니 소속 공격수 토미 유리치와 수비수 매튜 스피라노비치가 있다. 당시의 아픔을 간접 설욕할 기회다.

호주를 꺾으면 차두리는 월드컵 4강과 아시안컵 우승을 달성한 유일한 선수로 기록된다. ‘시드니 해피엔딩’을 꿈꾸는 차두리가 국가대표 14년의 혼을 모아 마지막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