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한 명이 바뀌었을 뿐인데 팀이 달라졌다. 과감하게 발굴한 새로운 선수는 우려를 씻고 만점 활약을 펼쳤고, 희미해진 한국 축구의 끈끈함도 되살아났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봤던 한국 축구의 변화에 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61)의 안목과 체질 개선 노력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전국을 뒤흔든 히딩크 열풍을 떠올리게 한다.

■ 닮았다! 학연·지연 벗어나 새얼굴 파격발탁
■ 다르다! 밀당 vs 소통 …지도스타일 차이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을 치르면서 많은 별명을 얻었다. 축구팬들은 예선 3경기에서 3골로 3승을 따내며 조 1위로 통과한 뒤 ‘다산’ 슈틸리케 감독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용의 호를 딴 것인데 아슬아슬한 승부지만 결국 승리를 따내 실속을 챙기는 축구를 실학과 연결시켰다. 다산에서 한 음절을 덧붙여 ‘다산왕’이란 말도 나왔다. 이정협(상주)·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등 대표팀에 새로운 선수들을 등용해 성공시킨 절묘한 인재 발굴을 이른 말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을 결승까지 진출시키면서 5경기 연속 무실점의 놀라운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상대를 허우적대게 만드는 팀 컬러를 만들어 ‘늪축구’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대표팀 수장으로 이 모든 변화를 이끌어낸 슈틸리케 감독의 위대함에 ‘갓틸리케(신과 같은 슈틸리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2002 월드컵 때의 ‘히딩크 매직’이 연상된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직전에는 잇단 0-5 패배로 ‘오대영’으로 불렸으나 묵묵히 월드컵을 준비해 4강의 기적을 일궜다. 출발로만 따지면 슈틸리케 감독의 파괴력이 더 돋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10차례의 A매치에서 8승 2패를 기록했다. 승률이 대단하다. ‘난적’ 파라과이를 상대로 2-0 승리를 올린 후 줄곧 이기는 축구를 해왔다. 코스타리카와 이란전에서 두 차례 패할 때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은 2000년 12월18일에 취임식을 한 후 5개월간 10경기를 치렀는데 당시 3승 4무 3패를 기록했다. 특히 2001년 5월 컨페더레이션스컵 첫 경기인 프랑스전의 0-5 완패는 충격적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점유율을 앞세운 패스 플레이를 전술의 기본 틀로 생각한다. 이와 함께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강조한다. 선수 시절 레알 마드리드의 명수비수로 이름을 날린 그는 지휘봉을 잡은 뒤 가장 먼저 수비수들의 호흡과 간격 조정 등을 직접 몸으로 가르치면서 수비 조직력부터 강조했다. 히딩크 감독은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모든 선수들이 많이 뛰며 공수에 참가하는 ‘한국형 토털 사커’를 추구했다.

학연·지연에서 자유로운 외국인 감독답게 파격적인 선수 선발은 두 감독의 공통점이다. 히딩크가 당시 무명인 박지성과 대학생 차두리, 젊은 골키퍼 이운재를 과감하게 등용한 것처럼 슈틸리케도 이정협, 김진현, 한교원(전북) 등 신예들을 선발해 팀에 맞게 활용했다.

지도 스타일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두 감독 모두 꼼꼼하고 세심하게 챙기는 스타일인데 슈틸리케 감독은 훈련 외엔 선수들에게 자율을 주는 편이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대화를 많이 나눈다. 경기 전 하이파이브를 함께 나누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의 자신감을 높여주면서도 질책이 필요할 땐 따끔한 말도 아끼지 않았다. 조별예선 쿠웨이트전 졸전 이후 “한국은 우승 후보가 아니다”며 선수들을 자극했고, 이라크와의 준결승전 승리 이후에도 “우승해도 한국 축구는 더 노력해야 한다”며 긴장을 풀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부임 후 단 한 번도 휴가나 사적인 일로 한국을 떠난 적이 없다. 국내에 있는 동안 대표팀은 물론 K리그 현장과 유소년 축구 현장까지 살피며 한국 축구의 곳곳을 누볐다. 그렇게 꼼꼼히 살핀 끝에 이정협을 찾아냈다. 슈틸리케 감독의 열정과 노력의 리더십이 한국 축구에 희망의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