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배구의 올림픽 진출 과제가 또 다시 4년 후로 미뤄지면서 공은 차기 올림픽 대표팀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번 남자배구 대표팀의 주축을 이룬 30대 중반 선수들은 후배들에게 미안함을 표현하면서 “세대교체가 늦지 않길 바란다”는 절박한 마음을 나타냈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11일 중국 장먼의 장먼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예선 이란과의 준결승전에서 풀세트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를 벌였으나 세트 스코어 2-3(25-22 21-25 18-25 25-22 13-15)으로 패했다. 전광인이 25득점, 박철우가 22득점하며 분전했으나 강호 이란의 벽은 높았다.

결승행이 좌절된 대표팀은 이번 대회 우승팀에게 돌아가는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내지 못한 채 귀국 비행기에 오른다. 2000 시드니 올림픽 이후 20년간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던 한국 남자배구는 4년을 더 기다려 2024 파리올림픽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대표팀 주장 신영석(34·현대캐피탈)은 “결과는 믿고 싶지 않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앞으로의 대표팀이 중요할 것 같은데 좀 어렵더라도 많은 분들이 대표팀을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여러 나라) 대표팀 선수들 중에서 나이가 많더라”며 “거의 다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대표팀에선 센터 신영석을 포함해 세터 한선수(35·대한항공), 라이트 박철우(35·삼성화재), 레프트 곽승석(32·대한항공), 센터 최민호(32·현대캐피탈) 등 30대 초중반 선수들이 중심을 잡아줬다.

2000년대 후반 처음 성인 대표팀에 발탁된 신영석과 한선수, 박철우 등은 12년 이상 태극마크를 달고 대표팀에 헌신했다. 한국 남자배구는 오랜 세월 이 선수들에게 의존했으나, 현재 30대인 이들이 4년 후 올림픽 대표팀에서 뛰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박철우는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올림픽 출전에 대한 부담을 후배들에게 넘겨준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배구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목표가 있고 꿈이 있지 않은가”라며 “한국 배구를 위해서 후배들이, 다음 세대들이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광인(29·현대캐피탈)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말이 없다. 선수들이 코트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서 남자배구의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형들이 이끌어줬는데 이제는 어린 선수들이, 좋은 후배 선수들이 대표팀에 들어와서 이끌어 간다면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