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희순은 스스로 '오지 전문 배우'라고 말한다. '남극일기'에서는 영하 20도의 뉴질랜드 설원에서, '10억'에서는 '육지 속의 무인도'라고 불리는 서호주의 퍼스에서 촬영했다. 김신환 감독의 '맨발의 꿈'(24일 개봉)에서는 40도를 웃도는 동티모르에서 두 달 반 동안 촬영했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과 싸우다 머리가 자연 탈색 됐다. 밤에는 모기와 벌레, 그리고 불안한 치안 상황과 싸웠다. 

■'맨발의 꿈'이 오지 전문 배우의 최종편이라고 못을 박았어요. 이번이 제일 힘들었어요. 머리카락은 상한 부분을 잘라내고 염색한거에요. 축구영화니까 운동장에서 찍으니 더 힘들었어요.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고요. 그럼에도 동티모르에서 찍게 된 건 김신환 감독님 덕분인데, 우리는 그 분을 돈키호테라고 하죠. 막 밀어붙이니까. 그런데 김태균 감독도 똑같아요. 동티모르에서 찍겠다는 생각이 대단하지 않나요(웃음). 

희한하게 작품 할 때마다 하나씩 뭘 배워야 해요. '작전' 때는 골프였고, '혈투'에서는 칼싸움, 이번에는 축구죠. 축구명문인 풍생고에서 두 달 간 연습했죠. 쉬는 시간만 되면 학생들이 다 나와서 "와 박희순이다"고 환호 하는데, 볼을 못 차니까 창피한 거예요. 직접 축구하는 걸 촬영했는데 짤렸어요. 변명을 하자면 전 인조잔디에서 연습했는데, 실제론 울퉁불퉁하더라고요. 그리고 '화산고'를 찍은 감독인데, CG를 좀 해줘야지 생 연기로 하라고 하면 어떡해요. 하하. (그가 맡은 김원광이 축구하는 모습은 안 나오지만,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팀을 국제대회 우승으로 이끌어 세계를 놀라게 한다.) 

■쉴 때 특별히 하는 건 없어요. 집에 있다가 전화 오면 술 먹으러 나가고. 진짜 멋없죠. 인터뷰할 때마다 "취미는 없고 친구 만나 술 마셔요" 이랬거든요. 

팬들이 그렇게 술을 보내줘요. 예쁘게 포장한 박스를 열어보면 소주, 막걸리, 맥주, 뭐 다 들었어요(웃음). 

최근에 조세핀 역을 맡은 아역배우 말레나 등 배우들이 한국에 왔어요. 말레나는 동티모르에서 부터 납치하려고 할 정도로 너무 예뻐했어요. 옷을 사주러 명동에 갔는데 뭘 입혀도 그렇게 예뻐요. 아빠들 마음을 알겠더라고요. 

결혼에 대한 계획은 항상 갖고 있죠. 항상 "내년엔 꼭 한다" 이건데, 연애 안 한 지 4년 됐어요. 만날 기회가 없어요. 팝칼럼니스트 겸 DJ로 활동하는 김태훈과 고등학교 동기인데 최근 만나서 "넌 장가 안가냐"고 했더니 "너나 나나 빛 본 지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장가가냐. 좀 즐기라"고 하더군요. 하하. 

외롭지 않냐고요? 배우라는 말이 늘 가슴을 설레게 해요. 연기자는 왠지 기술자 같은 느낌이 있는데 배우는 참 좋죠. 외롭고 고독할 때도 있지만 배우로 작품 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