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위의 서핑으로 널리 알려진 스노보드가 신종 레포츠로 각광을 받고 있다. (중략) 서핑과 비슷하게 널빤지를 이용해 타는 스노보드는 온몸을 격렬하게 움직여야 하고 활강, 점프, 회전 등 다양한 기술을 부릴 수 있어 모험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1994년 12월16일자 경향신문 기사다.

현재 스노보드는 동계스포츠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는 스포츠 중 하나다. 20여년 전 1000여명에 불과하던 불과하던 국내 동호인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스노보드의 시작은 미국 미시건주의 서핑을 즐기던 셔먼 포펜이 자신의 두 딸과 눈쌓인 언덕에서 즐길거리를 생각하다 스키를 붙여 만든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눈(SNOW)에서 즐기는 서핑(SURFER)’이라고 해서 ‘스누퍼’로 불렸다.

스노보드는 스피드에 화려한 묘기와 기술이 접목된 익스트림 스포츠로서 짧은 시간 안에 ‘원조’ 스키를 뛰어넘는 대표 동계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젊음을 대표하는 스포츠로 1030세대에게 인기가 높다. 동계올림픽에는 1998년 일본 나가노 대회에서 데뷔했다.

이상호가 지난해 2월 일본 삿포로 데이네 스키 경기장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노보드 남자 대회전 1차 시기에서 빠른 속도로 슬로프를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세부종목은 생소하네

주변에 스노보드를 즐기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지만 동계올림픽의 스노보드 세부종목 명칭은 다소 낯선 부분이 없지 않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스노보드는 하프파이프, 평행대회전, 빅에어, 슬로프스타일, 크로스 등 5개 세부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남녀 통틀어 총 10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화려한 기술의 프리스타일(하프파이프·슬로프스타일·빅에어), 스피드를 겨루는 알파인(평행대회전·크로스)으로 크게 구분된다. 하프파이프(HP)는 가장 익숙한 경기다. 파이프를 반으로 자른 것처럼 생긴 반원통형 슬로프에서 공중 연기력을 다툰다. ‘설원의 서커스’라 불리는 빅에어(BA)는 평창올림픽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종목이다. 빅에어는 높이 약 30m, 길이 100m 정도의 점프대로 도약해 플립, 회전 등의 공중 묘기로 예술성을 평가받는다.

슬로프스타일(SBS) 역시 레일, 테이블, 박스, 월 등 다양한 기물과 점프대로 구성된 코스에서 높이, 회전, 테크닉, 난이도를 채점하는 종목이다.

평행대회전(PGS)은 선수 두 명이 동시에 출발해 평행하게 설치된 레드·블루 기문을 통과하면서 결승선에 먼저 들어오는 선수가 승리하는 종목이다. 예선전에서는 두 코스를 번갈아 주행한 후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정하는 데 16강부터는 1차전 기록에 따라 출발 시간에 최대 1.5초까지 어드밴티지를 주는 독특한 방식으로 대회가 치러진다. 크로스(SBX)는 4~6명씩 짜여진 조에서 뱅크, 롤러, 스파인, 점프 등 다양한 지형지물 속 코스를 달려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상위 2, 3명이 추려진다. 2번의 예선을 통해 남자 40명, 여자 24명이 본선에 진출한다.

■종목에 따라 장비도 조금씩 차이

스노보드는 종목의 특성상 각 종목별로 차별화된 장비의 차이가 크지는 않다. 다만 개인 플레이 성향과 종목에 따라 약간의 다르다. 프리스타일에서는 일반적으로 조금 짧은 것이 기술 구사에 도움이 되고, 넓을수록 균형감 유지에 도움이 된다. 데크(보드)의 유연성은 방향 전환에 영향을 미친다. 데크의 노우즈(앞 코부분)와 테일(뒷 부분)이 위쪽으로 향한 각도는 점프와 착지를 원활하게 한다.

평행대회전에서는 빠른 스피드로 게이트를 통과하는 데 용이한 좁은 데크가 많이 쓰인다. 보통은 일반 스노보드보다 길면서 각이 지고 낮은 노우즈가 특징이다. 크로스 종목에서는 프리스타일과 알파인 스노보드의 중간 형태의 데크가 많이 사용된다. 외형은 프리스타일 데크에 가깝고, 더 길고 딱딱한 소재로 안정성을 키웠다.

보통 프리스타일 스노보더의 경우 활동성을 강화한 소프트 부츠와 유연성이 보장된 바인딩을, 알파인 스노보더는 발목·발 부상 방지를 위한 하드 부츠를 많이 사용한다.

■설상 첫 메달, 스노보드에서 나올까

스노보드는 인기에 비해 동계스포츠로서 국제 경쟁력이 높지 않았다. 세계 수준과도 아직은 거리가 있지만 최근 아시아 선수들의 강세로 기대 속에 평창올림픽을 맞이한다. 한국은 아직 설상 종목에서 올림픽 메달이 없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그 갈증을 풀어줄 기대주가 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노보드 회전과 대회전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 금메달을 따며 2관왕에 오른 이상호(23)가 주인공이다. 이상호는 이후 터키에서 열린 월드컵 평행대회전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한국 스키 사상 첫 월드컵 메달리스트로도 이름을 올리며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