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들 중에는 외롭고 쓸쓸한 도전을 펼친 선수들이 있다. 저변이 약한 비인기 종목에서 ‘국가대표 1호’로 뛰고 있는 선수들이다. 종목의 개척자들인 이들은 평창에서 새긴 첫 발자국의 의미를 되새기며 4년 후를 기약한다.

‘노르딕 복합’ 1호 박제언(25)은 지난 20일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 스키점프센터에서 올림픽 여정을 마쳤다. 스키점프와 크로스컨트리가 결합된 생소한 종목 노르딕 복합의 유일한 국가대표인 그는 이날 남자 개인 라지힐 10㎞ 경기에서 47명의 출전 선수 중 최하위에 자리했다. 앞서 노멀힐 46위였던 그는 두 경기 모두 최하위권에서 첫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는다. 박제언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겠다. 시작한 김에 열심히 해서 끝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올림픽을 통해 한국에도 노르딕복합 선수가 있다는 걸 세계에 알린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이젠 혼자가 아닌 다른 선수와 함께 하는 꿈을 꾸며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한다.

프리스타일 스키 에어리얼의 김경은(20)도 평창에서 나홀로 도전을 마쳤다. 김경은은 한국 최초의 여성 스키 에어리얼 선수다. 1994년 동계올림픽에 첫 정식종목이 된 이후 처음 출전한 한국선수로 기록됐다. 고교 때까지 기계 체조 선수로 뛰다가 2016년 동계종목인 에어리얼로 전환한 그 역시 출전 선수 25명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다. 체조 국가대표 양학선을 지도한 조성동 감독과 함께 맨땅에서 시작해 감격의 올림픽 무대를 마쳤다. 김경은은 “2022년에는 실수 없이 좋은 연기를 하고 싶다”면서 “앞으로 에어리얼 종목이 더 많이 알려져서 참가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한국의 첫 여성 스키점프 선수 박규림(19)에게도 평창은 의미있는 무대였다. 그는 노멀힐 개인전 1라운드에서 56ｍ를 비행해 14.2점을 받아 출전 선수 35명 중 최하위에 그쳤다. 6년 동안 준비한 올림픽 첫 비행은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지만 그는 “이번에 좋은 경험을 했으니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4년 뒤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의 첫 여성 스켈레톤 선수 정소피아(25)는 첫 출발에서 희망을 봤다. 스켈레톤 시작 3년 만에 나선 첫 올림픽에서 그는 15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다. 정소피아는“4년 뒤에는 ‘톱3’를 노리겠다”고 했다. 평창에서 역사적인 첫걸음을 뗀 1호 선수들은 4년 뒤에는 동료와 함께 나설 올림픽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