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은 역대 어느 때보다 노장들의 활약이 돋보인 대회로 기록될 전망이다. 각 종목에서 최고령 기록이 쏟아져 나왔다. 선수들의 열정과 스포츠 의학 발전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평가다.

스웨덴 스키 대표 안드레 뮈레르는 22일 열린 알파인스키 남자 회전에서 우승했다. 만 35세 42일로 금메달을 차지해 회전 종목 올림픽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2014년 소치 대회에서 만 34세 319일로 우승한 오스트리아 마리오 마트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뮈레르는 “올드보이들도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알파인스키 전체 최고령 금메달 기록도 평창에서 나왔다. 노르웨이 대표 악셀 룬 스빈달이 지난 15일 남자 활강에서 우승했다. 스빈달은 1982년 12월26일생, 뮈레르는 1983년 1월11일생이다.

노르웨이 크로스컨트리스키의 전설 마리트 비에르겐은 38세 나이로 출전한 평창 대회에서 올림픽 통산 최다 메달 기록을 세웠다. 금메달 하나 등 메달 4개를 수확해 통산 메달을 14개까지 늘렸다. 폐막일인 25일 열리는 30㎞ 매스스타트 클래식에서 하나 더 메달을 추가할 가능성이 높다.

핀란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 리카 발릴라는 2003년 은퇴 후 명예의전당에 올랐고, 대표팀 감독까지 지냈지만 10년 만에 복귀해 소치와 평창 대회에 연이어 출전했다. 평창에서 그는 자신이 세웠던 이 종목 최고령 득점 기록과 출전 기록을 갈아치웠고, 3·4위전 승리로 최고령 메달 기록까지 이뤘다.

31세의 숀 화이트, 33세의 린지 본도 빼놓을 수 없다. 레드 제라드(18), 클로이 김(17) 등 10대들의 활약이 무서운 스노보드 종목에서 화이트는 하프파이프 금메달로 30대의 힘을 과시했다. 끝내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본도 활강 동메달로 이 종목 여자 최고령 메달리스트가 됐다.

캐나다 컬링 대표 셰릴 버나드는 지난해 6월 50번째 생일을 맞았다. 컬링팀 예비선수로 이름을 올린 버나드는 평창 대회 최고령 선수다. 소치 대회가 끝나고 은퇴를 선언했지만, 그는 운동을 계속해왔다. 주 6일, 하루 90분씩 심폐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이어왔다. 개와 산책하고, 남편과 하이킹하는 것도 체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야채와 고기, 적포도주를 곁들인 건강한 식단을 지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버나드는 AP통신 인터뷰에서 “그게 바로 내 삶의 방식이고 나 자신”이라고 말했다.

미국 럿거스대 헬스앤드휴먼퍼포먼스센터 숀 아렌트는 “지난 10~15년 동안 스포츠의학이 발전하면서 나이가 들면서 육체 능력이 쇠퇴하는 이유 그리고 그 쇠퇴를 어떻게 늦출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캐나다 대표팀 스키 선수들을 관리해온 외과의사 로버트 리치필드는 AP통신에 “나이가 들어서 약해지고 느려졌다는 말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면서 “스스로 관리만 잘한다면 나이가 들어도 육체적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치필드의 지적처럼 가장 중요한 건 선수 자신의 의지다. 일본 스키점프의 가사이 노리아키(46), 독일 스피드스케이팅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45)은 메달 없이도 누구보다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 때 올림픽 데뷔한 이들은 26년이 지난 평창 무대까지 올랐다. 철저한 관리와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