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은 역대 어느 때보다 노장들의 활약이 돋보인 대회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각 종목에서 최고령 기록이 쏟아져 나왔다. 선수들의 열정과 스포츠의학 발전이 어우러진 결과다.

스웨덴 스키 대표 안드레 뮈레르(사진)는 지난 22일 열린 알파인스키 남자 회전에서 우승했다. 만 35세42일로 금메달을 차지해 회전 종목 올림픽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뮈레르는 “올드보이들도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알파인스키 전체 최고령 금메달 기록도 평창에서 나왔다. 노르웨이 대표 악셀 룬 스빈달이 지난 15일 남자 활강에서 우승했다. 스빈달은 1982년 12월26일생, 뮈레르는 1983년 1월11일생이다.

노르웨이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전설 마리트 비에르겐은 38세의 나이로 출전한 평창 대회에서 올림픽 통산 최다 메달 기록을 세웠다. 핀란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 리카 발릴라(44)는 소치 때 자신이 세운 이 종목 최고령 득점 기록과 출전 기록을 평창에서 갈아치웠다. 3·4위전 승리로 최고령 메달 기록까지 이뤘다.

셰릴 버나드는 캐나다 컬링팀 예비선수로 참가했다. 올해 51세로 참가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소치 대회가 끝나고 은퇴를 선언한 뒤에도 주 6일, 하루 90분씩 심폐 운동과 웨이트트레이닝을 이어왔다. 야채와 고기, 적포도주를 곁들인 건강한 식단을 지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덕분에 복귀가 가능했다. 일본 스키점프의 가사이 노리아키(46), 독일 스피드스케이팅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45)도 평창에서 좋은 기량을 선보였다. 이들은 1992년 알베르빌 대회 때 올림픽 데뷔전을 치렀다. 26년 전이다.

미국 럿거스대 헬스앤드휴먼퍼포먼스센터 숀 아렌트는 AP통신에 “스포츠의학이 발전하면서 신체 능력의 쇠퇴를 늦추는 방법에 대한 이해가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캐나다 대표팀 스키 선수들을 관리해온 외과의 로버트 리치필드는 “나이가 들어 약해지고 느려졌다는 말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