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넥 티를 살짝 내리자 목에 있는 선명한 수술 흉터가 드러났다. 아직 수술한지 얼마 안돼 완전히 아물지 않은 붉은 상처였다.

비비안 멘텔-스피(46·네덜란드)는 “지난 여름에 암에 걸려 치료받으면서 12월에는 수술을 받았다. 몸 안에 티타늄이 들어가 있다”며 아무렇지 않은 듯 활짝 미소지었다.

2014년 소치 동계패럴림픽 스노보드 금메달리스트인 멘텔-스피는 항암 치료 중에도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출전해 자신을 넘어섰다. 멘텔-스피는 지난 12일 강원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여자 하지장애 부문(SB-LL2) 결승에서 리사 분쇼텐(네덜란드)를 제치고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다. 멘털-스피는 “대회 준비 기간에 아파서 많이 힘들었는데 금메달을 따 너무 기쁘다”며 대회 2연패의 기쁨을 표현했다. 힘든 항암 치료 과정 속 절대적으로 부족한 훈련량까지 극복한 인간 승리 드라마였다.

멘텔-스피는 “인생이라는 기회에서 거침없이 살았으면 좋겠다. 장애 대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새로운 삶의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장애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같은 장소에서 주목받는 스노보더 브레나 허커비(22·미국)도 개인 첫 금메달을 땄다. 트레이드마크인 보라색 머리를 휘날리며 하지장애(SB-LL1)결승에 오른 허커비는 ‘의족 댄서’로 유명한 에이미 퍼디(39·미국)와의 레이스에서 완승을 거두며 첫 패럴림픽 출전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릴 적 체조선수였던 허커비는 14살 때 골육종에 걸려 오른 다리를 절단했다. 재활센터를 통해 새로 찾은 운동이 스노보드였고, 거기서 삶의 희망을 찾았다. 체조 선수였지만 한 발로 스노보드 위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스노보드에 빠지면서 2013년에 시작해 불과 2년도 안돼 미국 최고의 장애인 스노보더가 됐다.

2016년 태어난 딸 릴라를 안고 믹스트존에 선 허커비는 “결승선을 통과할때 관중들의 환호를 듣고서야 안도했다. 이 순간을 위해 정말 열심히 훈련해왔기 때문에 너무 좋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허카비는 뱅크드슬라롬 종목에서 2관왕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