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전에서 준비한 만큼, 연습한 만큼 결과를 내지 못해서 아쉽네요.”

자신의 첫 패럴림픽 데뷔 무대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긴장한 듯 평소보다 너무 조심스럽게 슬로프를 공략하며 내려왔다. 장애인 알파인스키 선수 황민규(22)는 아쉬움 대신 희망을 가슴에 품었다.

황민규는 지난 14일 정선알파인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알파인스키 시각 장애 남자 회전 종목에 출전해 1·2차 합계 2분37초08의 기록을 남겼다. 1차 시기에서 조심스럽게 코스를 공략하면서 전체 18명 가운데 13위(1분21초23)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차 시기(1분15초85)에서는 코스 적응력이 높아져 기록을 끌어올렸지만 순위 변동은 없었다.

황민규는 시각 장애 2급의 알파인스키 선수다.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 요인으로 인한 희귀병 때문에 오른쪽 눈은 거의 시력을 상실했다. 왼쪽 눈의 시야도 제한적이라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종목이지만 장애인 스키는 가이드러너라는 동행 파트너를 통해 레이스가 가능하다.

황민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5위권, 10위권에는 들고 싶었는데 첫 종목에서 기대에 못미쳤다. 처음에 경기 중압감을 극복하지 못한 부분이 컸다”면서 “스키는 내 신체로만 하는 종목이 아니고 장비를 다뤄야 해서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황민규는 2015년 우연히 찾은 스키캠프를 통해 처음 스키를 접했다. 이후 코치였던 유재형(27)씨와 가이드러너로 호흡을 맞추며 2년 이상 함께 하고 있다. 황민규는 본격적으로 스키를 타기 시작한 것은 3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정선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회전 종목 10위, 대회전 종목 7위에 오르면서 주목받는 선수다. 처음으로 태극마크도 달았다.

황민규가 스키 선수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운동 능력 덕분이다. 고교 2학년이던 2013년 시작한 육상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한국 장애인 멀리뛰기, 높이뛰기 육상 한국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뒤 장애인전국체전 육상 종목 3관왕도 차지했다. 육상으로 다져진 체력이 좋아 스키에서도 강훈련을 소화했다.

육상과 스키로 다져진 호리호리한 몸매의 20대 청년은 동계패럴림픽 첫 출전에 동계패럴림픽 금메달이라는 큰 목표도 설정했다. 아직 기술적으로 보완할 면이 있지만 불가능은 없다. 이번 대회는 어쩌면 그 도전을 향한 힘찬 첫 걸음이다.

황민규는 “사실 첫 종목은 완주에 목표를 뒀는데 레이스를 마치면서 자신감을 채울 수 있었다. 4년 뒤 베이징 대회라면 메달도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황민규는 대회 폐막일인 오는 18일 자신의 주종목인 회전 종목에 출전한다. 황민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육상으로 하계패럴림픽까지 도전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