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회갑(68)씨는 기대했던 메달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조바심을 내기보다 “긍정적인 성격은 저를 닮았어요”라고 웃으며 고전하는 아들을 묵묵히 믿고 응원했다. 어쩌면 20대에 창창한 나이에 두 다리를 잃은 아들에게 작은 그림자라도 보여주지 않고 싶은 마음이었을 게다. 어머니는 사고 이후 눈물을 흘리는 대신 아들에게 더 긍정적인 생각으로 채워주기 위해 “다리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고 수없이 말했다.

그런 이회갑씨가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아들 신의현(37·창성건설)이 대한민국 동계패럴림픽 도전사에서 역대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신의현은 지난 17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7.5㎞ 좌식 종목에서 우승했다. 한국이 동계패럴림픽에 도전을 시작한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이후 첫 금메달이다. 그는 최초의 단일대회 멀티 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신의현은 지난 11일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15㎞ 좌식 종목에서도 동메달을 땄다.

이회갑씨는 “어려움을 이겨낸 아들이 자랑스럽다. 아들이 다리를 잃었을 때도 안울었는데 오늘은 참을 수가 없었다”며 감격해했다. 이회갑씨는 지난 10일 금메달이 유력했던 첫 종목 바이애슬론 좌식 7.5㎞에서 메달권 진입에 실패한 아들이 자신 앞에서 눈물이 터지자 “울긴 왜 울어. 메달을 따든 못 따든 내게는 자랑스러운 아들”이라며 다독였다.

신의현의 투혼이 만든 금메달이었다. 사실 이날은 아무도 신의현을 주목하지 않았다. 신의현은 대회 초반 한국 선수단에서 유일한 개인전 금메달 후보라는 기대 속에 출전하면서 취재진을 몰고 다녔다. 그러나 부담감 탓에 기록에 예상보다 처진 데다 사격에서 연이은 실수까지 나오면서 번번히 메달권에서 밀렸다. 게다가 이 종목은 주종목이 아니라는 전망 속에, 마침 아이스하키와 휠체어컬링의 3·4위전 일정과 겹친 탓에 경기장을 찾은 취재진도 크게 줄었다.

체력적인 부담도 있었다. 신의현은 대회 개막 후 8일간 경기가 없던 날이 단 이틀에 불과했다. ‘동계스포츠의 마라톤’이라 불리는 이 종목에서 무려 6개 세부 종목에 출전헤 페널티코스 포함, 무려 60㎞ 이상을 전력으로 질주했다.

그러나 신의현은 이날 마치 ‘야생마’같았다. 하얀 설원을 지치는 신의현의 두 팔은 피로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힘찼다. 경쟁자를 뿌리치면서 마지막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가쁜 숨을 몰아쉰 신의현은 전광판을 확인한 뒤 하늘로 향해 두 팔을 들어올린 뒤 환호했다. 대회 5전6기 끝에 얻은 금메달이었다.

신의현은 대학 졸업을 앞둔 2006년 2월, 교통사고를 당한 뒤 출혈이 심한 두 다리를 잃었다. 오랜 절망 끝에 일어난 신의현은 운동을 통해 희망을 찾았다. 그 과정까지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 신의현은 “제가 사고난 뒤 어머니께서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려고 했다. 이제 금메달을 땄으니 더 효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대회 폐막일인 18일 열린 마지막 종목 크로스컨트리 4×2.5㎞ 오픈 계주(8위)에 참가한 신의현은 대회를 마무리하면서 “사고 이후 장애인 대표로 이런 인생을 살게될지 몰랐다. 국민들, 장애인들에게 힘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사격에 고전한 것을 떠올린 신의현은 “앞으로 사격 훈련을 더 해야할 것 같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그러면서 “2년 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데 (노르딕스키와 비슷한) 핸드사이클 훈련을 하면서 도전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