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이여. 경제 개판, 외교정책 개판, 도덕성 개판…” “나쁜 놈의 ××들! 더 가진 넘, 더 배운 넘, 더 높은 위치에 있는 넘들 때문에 대한민국은 후진 중이다” “반드시 실명을 공개해라. 그래야 고인이 편히 눈을 감는다”….

누리꾼의 분노가 폭발했다.

탤런트 장자연씨의 안타까운 죽음에 성상납의 추악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을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누리꾼의 성난 목소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넘쳐나고 있다.

장씨의 자살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도 분당경찰서가 15일 브리핑을 통해 “KBS로부터 건네받은 장자연씨 문건에 폭행·성강요·술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몇명의 실명이 거론돼 있다”는 사실을 밝히자 누리꾼은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의 수치다”며 “국민의 경찰과 검찰이라면 한 국민을 원통한 죽음으로 끌고 간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대부분의 누리꾼은 “연예계 성상납 문제가 터질 때마다 용두사미 꼴로 끝났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장자연 리스트’를 공개해 무명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들이 또다시 피해를 입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명 ‘장자연 리스트’에 올라 있을 가능성이 높은 유력 인사들을 ‘색출’하는 작업도 누리꾼 사이에서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누리꾼의 이같은 분노를 반영하듯 경찰도 수사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4일 27명의 수사전담팀을 꾸려 장씨의 전·현 소속사 등 8곳을 전격 압수수색한 경찰은 증거수집을 위해 확보한 컴퓨터 12대와 수첩·메모지 등 59점에 대한 정밀분석에 들어갔다. 성상납·술시중·폭행 등을 기록한 ‘장자연 문건’의 진위를 가리는 필적감정도 실시한다. 친필로 드러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며 이에 따라 장씨 사건 외에 연예기획사의 또 다른 비리도 확인될 가능성이 커졌다.

‘장자연 리스트’ 공개에 대해서도 “공익 여부를 판단해 결정하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누리꾼을 비롯한 시민들의 요구가 거세질 경우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명단이 공개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일부 유력 재계인사와 신문·방송사 관계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장씨의 자살을 둘러싼 의혹이 결국 ‘성상납 문제’로 번지면서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일 수 있는 연예계도 술렁이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는 항변과 “터질 것이 터졌다.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증언 등 반응 역시 엇갈리고 있다.

방송사 관계자와 기획사 매니저 등은 “지금까지 이런 사건이 한두번 있어 왔느냐. 하지만 그때마다 소문만 무성했지,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다”며 “이번 사건도 느닷없이 나타난 문서 하나가 여배우들을 비롯해 연예계 전체를 욕되게 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신인 혹은 무명 배우들과 적잖은 중견배우들은 “인사를 드릴 사람이 있다고 해서 술자리에 불려 나가는 것은 연예인 대부분이 겪는 일로, 이런 술자리 동석으로 인해 화병과 우울증을 앓는 연예인이 적지 않다”며 “신인이나 무명 연예인들로서는 소속사와 매니저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