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골로는 성에 차지 않은가 보다.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에서 한국을 2회 연속 8강에 올려놓은 '작은 지소연' 여민지(함안대산고·사진)는 여전히 '골이 고프다'는 생각이다. 

U-17 여자 대표팀의 스트라이커 여민지가 9일(한국시간) 트리니다드 토바고 스카버러의 드와이트 요크스타디움에서 열린 멕시코와 B조 2차전에서 전반 27분 김나리(현대정보과학고)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뒤 1-1 동점 상황이던 전반 40분 결승골을 뽑아 4-1 대승의 물꼬를 트며 8강 진출을 이끌었다.
2경기 연속 결승골이다.

그러나 여민지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한 골밖에 못 넣었는데 다음 경기에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골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 여자축구의 차세대 킬러인 여민지는 남아공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는 전반 교체로 투입되고도 2골을 몰아치는 '해결사 본능'을 과시했다.

특히 2개월 전 중학교 때 수술받았던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를 다시 다쳐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기에 그의 존재 가치가 더 크게 느껴진다. 

8강 진출의 분수령이어서 선발 투입된 여민지는 정확한 크로스로 선제골을 도운 뒤 동점을 내줘 위기에 몰리자, 특유의 '골 냄새'로 결승골을 뽑는 등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대표팀을 이끄는 최덕주 감독도 "여민지가 현재 몸 상태에서 120%의 역할을 해줬다"며 "아직 통증이 있는데 참아내고 뛰어준 게 감사하다"고 고마워했다. 

2연승으로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최소 조 2위로 8강 진출을 확정한 대표팀(7골·2실점)은 역시 2연승인 독일(19골·1실점)과 오는 13일 오전 4시 B조 1위 자리를 놓고 다툰다.

그러나 독일은 남아공과의 2차전에서 10-1로 이겨 U-17 여자 월드컵 사상 역대 한 경기 최다골 기록을 작성할 만큼 막강한 전력을 갖춘 우승후보다.

최 감독은 "지난 두 경기에서 느꼈지만 독일은 괴물 같은 팀이다. 17세 대표팀이지만 20세나 성인대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스피드와 체력, 기술이 뛰어나다"고 경계하면서 "토너먼트가 아닌 조별리그에서 한 조에 속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최강팀을 겪어 볼 소중한 기회인 만큼 자신있게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한국이 조 2위로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면 A조 1위를 달리고 있는 나이지리아와 4강을 다툴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