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에이스’ 손민한(36)이 결국 롯데를 떠난다.

롯데는 3일 투수 손민한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자유계약선수로 공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손민한은 2000년대 초중반 롯데의 상징적인 에이스였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1997년 1차 지명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 2000시즌 두자리 승수(12승)를 따낸 것을 시작으로 2001년 15승, 2005년 18승을 올리며 두 차례나 다승왕을 차지했다. 2005년부터는 4시즌 연속 두자리 승수를 기록하면서 ‘전국구 에이스’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묵직한 직구와 변화무쌍한 변화구, 그리고 스트라이크존 좌우 끝을 활용하면서도 낮게 던지는 제구는 일품이었다.

2008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투수 최고 연봉인 6억원에 롯데에 잔류했지만 FA를 앞두고 무리한 탓인지 2009년부터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어깨 통증까지 겹치면서 그해 6승5패 방어율 5.19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친 손민한은 미국 LA다저스 지정 병원인 조브 클리닉에서 오른쪽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으면서 재기를 노렸으나 이후 부상 부위의 회복이 더뎌지면서 지난 두 시즌간 단 한차례도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올시즌으로 계약이 끝나자 롯데는 손민한에게 은퇴 후 해외 코치 연수를 제의했으나 본인이 선수로 더 뛰고 싶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팀과 결별하게 됐다. 롯데 관계자는 “오늘 손민한과 면담을 가졌는데 본인이 선수 생활 연장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어 본인의 의사를 존중했다”고 설명했다.

손민한은 스포츠경향과의 전화통화에서 “선수로 더 뛰고 싶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지만 선수로서는 계약을 연장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면서 “팬들에게도 죄송하고, 팀에도 미안하다. 롯데를 늘 응원해주신 팬들을 떠난다는 것이 아쉽지만 선수로서 다시 해보고 싶다는데 미련이 더 컸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 몸상태는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 ‘내년에 할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했다”며 “지금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몸을 차근차근 만들면서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을 기다리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손민한은 프로 데뷔 후 롯데에서만 16시즌 몸담으면서 통산 103승72패 12세이브 방어율 3.46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