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시대가 시작됐다. 새로운 SK가 출범했다.

SK는 3일 오전 서울 SK T타워에서 이만수(53) 감독 취임식을 열었다. 2달 이상 감독대행으로 SK를 이끌어 온 그가 마침내 ‘대행’을 떼고 정식 감독이 됐다.

정만호 구단주 대행이 직접 이 감독에게 유니폼을 입히고 모자를 씌웠고, 이 감독은 신영철 사장과 함께 계약서에 사인했다. 이 감독은 3년간 총 10억원(계약금 2억 5000만원·연봉 2억 5000만원)을 받는다.

이 감독은 “올해 여건이 좋지 않았는데 선수들이 잘 해줘 이 자리까지 서게 됐다”며 “미국야구 하면 뉴욕양키스, 일본야구 하면 요미우리가 떠오르듯, 한국야구 하면 SK가 떠오르도록 노력하겠다”고 SK를 명문 구단으로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미국의 자율야구와 한국의 조직야구를 접목해 야구가 어떤 것인지 선수들에게 가르쳐주겠다”며 “미국처럼 40인 로스터 체계로 움직이면서 1군을 운영하겠다. 1군 선수들의 교체는 자주 없을 것이다. 40명 안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독특한 선수단 운영 계획을 밝혔다.

또 “어려운 점이 많지만 중요한 것은 경쟁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배척하고, 젊다고 기회를 많이 주지는 않겠다. 코치들에게 공부를 많이 시킬 생각이다. 감독 혼자 결정하지 않고, 코치들의 평가서를 받고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해 베테랑 선수들도 경쟁을 통해 중용하겠다는 구상을 설명했다.

이 감독은 SK 지휘봉을 잡은 이후 독특한 세리머니와 오버액션으로 그동안 전형적인 감독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일부에선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감독이 권위를 내세우면 선수들이 눈치를 본다. 왜 선수들이 감독 눈치를 봐야 하나. 그것이 정말 싫었다”며 “프로야구는 서비스다. 미국 야구가 130년 동안 사랑을 받아온 것은 관중과 가깝기 때문이다. 지도자 하면서 끝날 때까지 이 모습을 유지할 것이다. 남의 말은 신경쓰지 않는다. 나는 나다”라고 변함없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력 보강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였다. SK는 최근 몇 년 동안 몇 건의 트레이드와 방출선수 영입을 제외하면 외부영입을 거의 하지 못했다.

이 감독은 “선발과 중심타자 등 축이 되는 부분이 부족하다. 내야수와 외야수도 부족한 면이 보인다. 마무리 훈련부터 캠프까지 보완하겠다”며 외부영입에 대해서는 “소통이 중요하다. SK를 가장 잘 아는 것은 프런트다. 나는 감독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다. 구단과 이야기를 많이 나눠 보완하도록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선수들과 미팅하면서 3가지를 부탁했다”며 “경기에 집중하고 팀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 본헤드플레이를 줄여야 하고, 팀이 지고 있을 때 2안타를 쳤다고 좋아하는 모습은 용납하지 않겠다. 또 자유를 주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팀 속에 개인이 있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이 감독은 “제리 메뉴얼(전 뉴욕 메츠 감독)과 아지 기옌(시카고 화이트삭스) 감독이 롤모델이다. 메뉴얼 감독은 점잖은 동양 스타일이고, 기옌 감독은 정열적인 남미 스타일이다. 두 사람 장점을 접목해서 좋은 야구 하겠다”고 ‘감독 이만수’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이 감독은 삼성에서 16년 동안 뛴 뒤 97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 미국으로 연수를 떠나 시카고 화이트삭스 불펜코치를 지냈다. 2006년 10월 SK 수석코치로 부임한 뒤 2군 감독을 지내다 김성근 전 감독이 해고된 8월18일, 감독대행으로 임명됐고 SK를 정규시즌 3위·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어 정식 감독으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