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댄스 음악’이 방송가와 공연계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세시봉’ ‘7080’에 이은 또하나의 복고열풍이다.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사들은 연이어 ‘90년대 댄스 음악 및 가수’를 소재로한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고, 발빠른 공연기획사는 잘나가던 스타들을 한무대에 세우는 대형 공연을 기획 중이다.

지난달 19일 전파를 탔던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90년대 나이트클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김현정, 성진우, R.ef, 터보, 쿨 등의 주요 가수들이 출연해 한바탕 열띤 무대를 펼치자 평소 조용조용한 MC 유희열도 한껏 흥이 올랐다. 그는 관객들에게 “너희들에게 클럽이 있다면 우리에게 나이트가 있다”며 호기롭게 외치기도 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앞서 지난 3월에도 현진영, 김건모 등을 무대로 초대해 한바탕 경쾌한 파티를 즐긴 바 있다.

현재 Mnet에서 방송 중인 <음악의 신>은 아예 90년대 댄싱 스타를 전면으로 내세운 프로그램이다. 그간 두문불출했던 혼성그룹 룰라의 리더 이상민이 뜬금없이 등장해 긴 호흡의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이상민은 90년대 댄싱계를 주도하는 다수의 동료들을 자주 TV에 등장시키고 있다. 이상민 본인도, 동료 출연진들도 다시 세상에 나오기 위한 독한 신고식을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 게 프로그램의 주된 스토리다. 출연진들이 가끔씩 흘리는 당시의 일화는 또 어김없이 온라인을 달군다.

오는 8월11~12일 양이틀간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개최되는 공연도 비슷한 색깔을 머금고 있다. <청춘나이트>라는 직설적인 제목을 갖는 이 공연에는 구준엽(클론), 이재훈과 김성수(쿨), 탁재훈(컨츄리꼬꼬), R.ef, DJ DOC, 코요태, 김건모 등 90년대 댄스 가요 문화를 주도했던 가수들이 대거 한자리에 모여 합동 무대를 펼친다.

당연히 공연장은 거대한 나이트클럽으로 변모한다. 공연을 돕는 스태프들은 나이트클럽 웨이터 복장을 갖추고, 입구에는 90년대 나이트클럽 분위기 그대로 레드카펫이 펼쳐진다.

공연기획사 서던스타엔터테인먼트 윤윤상 실장은 “현재의 문화이슈는 ‘90년대’며 그 중에서도 특히 풍부한 이야기거리와 외양을 갖는 ‘90년대 댄스’와 독특한 공간인 나이트 클럽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리게 됐다”고 공연을 개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청춘마케팅은 새로운 소재를 찾기 마련인데, 수년전 7080 열기, 그리고 지난해 세시봉 열풍을 거쳐 비로소 다음 세대인 90년대 음악으로 온 듯하다”고 덧붙였다. 50~60년대의 음악인 세시봉, 70~80년대 대중음악인 7080이 조망됐으니, 그다음은 필연적으로 90년대 음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최혜경씨(21·대학생)는 “요즘 홍대 클럽을 가면 90년대 댄스 음악을 곧잘 틀어준다”며 “귀에 익숙할 뿐더러 특유의 경쾌함이 재밌다”고 색다른 클럽가의 요즘 풍경을 귀띔했다.

최근 영화 <건축학개론>의 큰 흥행도 이같은 트렌드와 맞물리며 시너지를 발휘했다. 015B의 ‘신인류의 사랑’,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등 영화속에 흘러나온 노래가 자연스럽게 다시 히트 했다.

여기에 MBC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등 음악과 예능을 결합한 프로그램들이 이 시기의 음악을 자주 틀고 보여주고 있는 것도 90년대 음악에 대한 관심을 견인하는데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90년대 댄스음악은 화려했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출격해 시대를 휩쓸었고, 요즘 보편화된 힙합 장르도 당시 SM엔터테인먼트 출신의 현진영 등의 활동을 바탕으로 태동했다. 현재 K팝 한류를 주도하고 있는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 프로듀서 역시 90년대 댄스 음악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말 90년대 댄싱 스타들을 둘러싼 에피소드를 8부작으로 제작해 방영했던 Mnet <문나이트90>의 박준수 PD(현 <음악의 신> 담당 PD)는 “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가수들에게는 독특한 이야기, 재미난 일화가 너무나도 많다”면서 “오래토록 풀어낼 소재들로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