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만 해도 뒤죽박죽이었다. KIA 선동열 감독은 시즌 전 계산해놓은 것이 모조리 어긋나면서 팀을 새롭게 꾸려야할 판이었다.

선 감독은 6월 들어 같은 숙제를 다시 하듯 하나부터 열까지 조각을 다시 맞췄다. 에이스 윤석민을 페이스 조절 차원에서 2군에 다녀오게 하고 테스트를 통해 영입한 최향남을 마무리로 세웠다. 투수진 출혈을 감수하고 삼성으로부터 왼손타자 조영훈을 영입하는 등 시즌 전과는 다른 밑그림으로 시즌 중반 이후를 준비했다.

그럼에도 행여 시즌 막판까지 갈까 싶어아 걱정스러웠던 고난의 터널. KIA가 비로소 빛을 보고 있다.

27일 잠실 LG전. 경기 전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승률 5할을 맞추겠다. 5할을 맞춰놓으면 후반기 해볼 만하다”고 한 선 감독의 의지가 그라운드에서 제대로 실현되고 있다. KIA는 LG를 6-4로 꺾고 4연승을 달렸다. 시즌 28승4무31패로 6위 LG와 게임차 없는 7위. 4위 넥센에도 3게임차로 따라붙어 재정비된 팀전력이 안정화 단계로 오르는 시점을 계기로 대반격을 예고했다.

선 감독은 여전히 팀 전력 여러 곳에 물음표를 찍고 있다. 그 물음표가 하나씩 걷힌 자리에는 파란불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 10일 롯데전 이후 2군을 다녀온 뒤 17일만에 선발 등판한 윤석민도 에이스로 제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윤석민은 5이닝 동안 4안타에 4사구 3개를 내줬지만 삼진을 8개나 잡아내며 3실점으로 역투해 시즌 4승(3패)째를 따냈다. 제구가 뜻대로 되지 않아 볼카운트가 늘어지기도 했다. 또 투구수 86개에 5이닝밖에 던지지 못했지만 직구 최고 구속으로 151㎞를 찍으면서 시속 140㎞를 웃도는 고속 슬라이더의 위력을 또 한번 입증했다. 1회 2사 2·3루 위기에서는 LG 5번 김용의를 140㎞ 초반대 슬라이더 3개로 3구 삼진을 잡는 압도적인 피칭 내용을 보이기도 했다.

윤석민은 “팀 분위기 상승하는 시점에 올라와서 그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었다”며 “실점 감각이 무뎠는데 던지면서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피칭 내용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선 감독은 “석민이는 오랜만에 나와 5회만 던지게 했다. 다음 경기에는 더 잘 던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선 감독이 꺼내놓은 새 카드 최향남도 6-4이던 9회 등판해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첫 세이브를 따내는 등 KIA의 새 전력이 여러 곳에서 드러났다.

선 감독은 “타선 덕분에 연승할 수 있었다”고 했는데 KIA는 전날 LG전에서 17안타 10점을 뽑아낸 데 이어 이번에도 11안타에 6점을 얻었다.

왼손타자 조영훈이 타선에 가세하면서 타순 옵션이 늘어났다. 이날은 이용규(좌)-김선빈(우)-김원섭(좌)-이범호(우)-최희섭(좌)-안치홍(우)-조영훈(좌)로 이어지는 지그재그 타선으로 LG 투수진을 흔들었다.

선 감독도 시즌 중반 이후 싸움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멀리 도망간 팀이 없다. 일단 전반기만 잘 맞춰놓으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KIA의 오름세에 LG는 가판은 내림세를 탔다. 이병규(9번) 정성훈 등 주력선수들이 부상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빠져 주포 없이 경기를 치른 끝에 6안타 빈공에 그치며 5연패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