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을 들여 구장 신축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기업이 행정상 불편함 없도록 하겠다는 박완수 시장의 공언에 믿음이 갔다.”

지난 2010년 10월, 한국야구위원회(KBO) 유영구 당시 총재가 창원시와 제9구단 유치 협약식을 맺은 뒤 밝힌 ‘창원시의 약속을 믿은 이유’다.

KBO를 대표로 한 한국 프로야구가 창원시에 9구단 유치권을 내준 가장 큰 이유는 새 구장 건축 약속이었다.

▲9구단 선정땐 “창원은 이제 스포츠도시”
진해 부지 논란 일자 “KBO는 상급기관 아냐 감놔라 배놔라 유감”
소유권도 없는 그린벨트 지역 선정하고선 “약속 지켰으니 연고 지켜라”

당시 박완수 창원시장은 “일본 히로시마·미국 피츠버그 야구장처럼 휴식과 문화 공간이 복합된 구장으로 만들겠다”며 “프로야구단이 우리 고장에 창단되면 시민이 하나로 융합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KBO와 적극적으로 협조해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 달콤한 약속을 통해 NC소프트가 창원시와 손을 잡고 제9구단 창단을 승인받아 프로야구계 지도를 바꿨다.

그러나 불과 2년 반도 채 되지 않아 박 시장의 말은 180도 달라졌다.

박 시장은 30일 창원시청 브리핑룸에서 “NC의 신축 야구장 부지로 진해 옛 육군대학 부지를 최종 결정했다”고 밝히며 “선진 스포츠 시설의 균형 배치, 통합도시의 균형발전 가치, 통합창원시의 100년 대계를 위한 미래성장의 가치창출 측면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KBO가 신축구장 부지 선정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많은 말을 하고 있는데 대단히 유감스럽다. 적절치 못한 행태다. KBO는 우리 시의 상급 기관이 아니다”고 말했다.

창원시의 발표에 따른 NC의 연고지 이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연고지를 왜 옮기느냐. 우리는 협약을 파기한 적 없다. 오히려 (우리와 약속을 지켜야 할) KBO와 NC의 의무도 존재한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진해도 통합창원시에 포함되니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고 하는 주장이라면 박 시장은 ‘눈 가리고 아웅’하며 대한민국 프로야구와 야구팬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NC를 비롯한 야구계는 신축구장 부지가 당연히 창원 혹은 마산이 되리라는 기본적인 믿음을 갖고 있었다. 인구와 교통 등 모든 입지조건을 고려할 때 답은 뻔했기 때문이다.

진해 옛 육군대학 부지는 현재 해군 소유다. 창원시는 “2015년 상반기 소유권을 이전 받는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밝히지 않았다. 그린벨트 해제 등 절차까지 고려하면 2016년 3월까지 완공하기는 절대 불가능하다.

더구나 진해는 인구 18만 명의 소도시다. 박 시장은 50만 명이 있는 창원과 40만 명이 사는 마산을 두고 진해로 NC를 몰아넣으며 “진해도 창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프로야구단의 생리를 전혀 모른 채 그저 목표했던 구단 유치 이후에는 NC를 뒷받침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지자체와 시의회가 NC를 지원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미 창원시의 9구단 유치가 결정된 이후인 2011년, 창원 시의회는 유치 반대를 주장했다. 최근에는 통합창원시를 놓고 ‘지역안배론’을 주장하며 창원이 시청사를, 마산이 경남도청사를 갖고 야구장은 진해로 보내기로 해 야구계가 반대하기도 했다.

이미 야구장 부지 선정 과정에서 청사 입지 문제에 밀려났다. 그 사이 NC와는 전혀 소통도 없더니 결국 진해에 구장을 짓는다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NC의 연고지 이전 가능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연고지 결정은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는 KBO의 고유 권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