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으로서는 수용에 어려움이 따릅니다.”

이쯤되면 크게 화를 낼 법도 한데, 지극히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프로야구 제9구단 NC 다이노스는 30일 창원시의 신축 야구장 부지 발표에 대한 공식 입장에서 이같이 밝혔다. 마산구장에서 만난 NC 관계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납득은 안 되지만 창원 시민과 함께하겠다는 마음은 변함없다”는 공통된 말이었다.

배석현 NC 단장은 “구단과 창원시가 배척 관계가 될 수는 없다. 동반자로서 폭풍을 극복해나가야 한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창원시가 신축 구장 부지로 발표한 진해는 타당성 평가에서 11위를 기록했다. 10위권 밖은 사실상 ‘탈락’이다. NC는 물론 야구계 모두가 반대하던 곳이었다.

그런 곳을 창원시가 부지로 선정했음에도 불구하고 NC가 속시원히 큰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팬’이다.

NC 구단 관계자는 “이번 결정을 내린 분들이 지난 시즌에 마산구장에 와서 관중석에 앉은 팬들을 단 한 번이라도 봤으면 이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야구에 목말라있던 창원 시민들은 퓨처스리그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NC의 플레이를 보러 마산구장을 찾았다. 홈 33경기 만에 1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팬들은 스스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모임을 결성해 응원 방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의논하며 연고팀에 대한 사랑을 표했다.

남성팬들 보다는 여성팬들이 관중몰이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NC를 통해 야구를 접하게 된 창원 여성 시민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좋아하는 야구단을 갖게 됐다. 이른바 ‘첫사랑’에 빠진 것이다.

진해로 야구장 부지가 선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NC팬들은 구단 공식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첫사랑을 떠나보내야 하는 마음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지역 특성상 팬들의 사랑이 대단하다. 이런 분들을 놔두고 떠나갈 수는 없는 일”이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표했다.

NC가 당장 다가오는 3월부터 마산구장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도 부담이 된다.

2016년 신축 구장이 준공될 때까지 NC는 기존 마산구장에서 시즌을 소화해야 한다. 적어도 2년 이상은 창원시에서 구단을 운영해야 하는데 감정적인 대응으로 창원시에 밉보일 수는 없다.

마산구장은 NC가 홀로 사용하는 곳이 아니라 원정 8개팀들이 방문해 경기를 치러야 한다. 창원시와의 마찰로 갈등을 겪으면 9개 구단 전체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NC는 또한 진해의 눈치도 봐야한다. 비록 진해가 신축 구장 부지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적잖은 홈팬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NC가 계속해서 거부감을 보일 경우 진해에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마지막으로 거액의 돈이 NC의 발목을 부여잡는다.

NC는 지난 2011년 3월 창단 최종 승인을 받은 후 예치금 100억원을 KBO(한국야구위원회)에 보냈다. ‘앞으로 5년간 야구단을 운영하고 2016년까지 관중 2만 5000명을 수용하는 신규 야구장을 건립해야 한다’는 조건을 지키기 위해 돈을 낸 것이다. 하지만 NC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100억원을 돌려받지 못한다.

예치금을 포함해 NC가 들인 돈의 액수는 어마어마하다. KBO가 이날 밝힌 바에 따르면 NC는 최종 승인 이후 2년간 약 55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연고지를 옮기면 지금까지 들인 돈을 허공에 날리는 셈이다.

창단부터 1군 합류까지 가시밭길을 걸었던 NC다. 이제는 신축 구장 부지 문제까지 그들을 괴롭히지만 큰 소리 한번 못내고 답답한 가슴을 부여잡고 있다.

한편 KBO는 창원시의 이번 결정에 대해 “창원시가 (모두의) 바람을 저버렸다”며 강한 유감을 밝힌 뒤 “회원 가입 신청 때 창원시가 밝혔던 대로 신축 구장 입지에 대한 여론 수렴 과정과 3단계 타당성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2016년 3월까지 신축 구장을 짓겠다는 창원시의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