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금메달이 걸려있는 종착역까지 순항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프로야구 선수가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1998년 방콕 대회 이후로 이번 대회만큼 대표팀이 금메달 획득을 위한 조건을 두루 갖췄던 적도 없었다.

프로선수들의 몸상태가 ‘실전 모드’에 맞춰져 있는 시기에 대회가 열리고, 상대를 안방으로 초대해 경기를 벌인다. 메달 경쟁을 벌일 대만 대표팀의 전력구성도 과거에 비해 위협적인 편은 아니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은 역시 야구 자체가 변수로 둘러싸인 종목이라는 점이다.

이쯤되니 대표팀 주변 관계자들도 한마디씩 한다. “야구 몰라요”라고. 방심하지 말자는 일종의 자체 경고 사인이다.

2008년 8월14일에 이어 17일까지 ‘서스펜디드’로 이어진 베이징올림픽 중국전은 자주 거론된다.

대표팀은 그 대회에서 9전 전승으로 역사에 남을 금맥을 캤지만, 예선 2차전으로 열린 중국전에서 일격을 당했다면 다른 결과를 냈을지도 모른다.

대표팀은 중국전에서 예상 밖의 고전을 했다. 비가 와서 경기가 중단된 6회말까지 0-0. 대표팀 타자들은 낯선 투수인 중국 선발 리천하오를 적절히 공략하지 못했다. 리천하오는 경기가 중단될 때까지 5.1이닝 동안 3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한국 선발로 나와 6이닝 무실점으로 쾌투한 송승준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6회말 1사에서 사흘 뒤 재개된 경기에서도 한국은 연장 10회까지 3안타만을 보태며 무득점. 오히려 승부치기로 이어진 연장 11회초 1사 2·3루에서 펑페이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선제점을 빼앗길 뻔했다. 3루주자 순린펑 한국 중견수 이종욱의 포구 전에 뛴 것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패할 수도 있었다.

한국 중국의 ‘리터치 실수’로 11회초를 무실점으로 막고, 11회말 이승엽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번 대회도 긴장하고 또 긴장해야하는 것은 과거 교훈 때문이다. 특히 마이너리그 유망주들로 구성된 대만 대표팀은 패기 넘치는 강속구 투수들이 많아 경기 초반 흐름을 잡지 못하면 어려운 경기를 할 수도 있다.

특히 미네소타 싱글A에서 뛰고 있는 우완 후즈웨이는 올해 8승2패 평균자책점 2.15를 기록하고 있는데 시속 150㎞에 근접하는 강속구를 기반으로 싱글A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투구 패턴과 제구력을 보인다. 대만이 결승진출에 무게를 둔다면 한국전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클리블랜드 루키군에서 뛰는 장샤오칭과 볼티모어 루키팀의 린이샹, 시카고 컵스 싱글A의 왕야오린, 미네소타 루키팀의 뤄궈화 등 유망주들이 다수 버티고 있어 지나친 자신감보다는 적당한 긴장감이 필요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