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시즌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해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두 자릿수 득점 경기가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기현상 속에 리그 전체 타율은 무려 2할9푼1리에 이른다. 3점대 이하 방어율 투수가 나오지 않은 역사상 두번째 시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규정 타석에 든 3할 타자는 역대 최다인 37명이나 된다. 한 시즌에 한 명 나올까말까한 30홈런-100타점 기록도 이미 3명이 달성했고, 최대 7명까지 기록을 가시권에 두고 있다.

폭발적인 타선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2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야구 대표팀의 ‘믿는 도끼’다. 대표팀 타자들의 기록적 수치만 놓고 보면 역대 최고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페넌트레이스 도중에 열리는 대회라 선수들이 시즌 때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따로 몸을 만들 필요가 없어 변수는 오히려 적다”고 했다. 대표팀은 많은 훈련 대신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면서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공인구도 타격이 좋은 대표팀에 나쁘지 않다. 일본 미즈노사의 공인구를 접한 타자들은 공의 탄성이 좋다는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했다. 더 멀리, 더 강하게 때릴 수 있는 힘 좋은 타자들이 대거 배치된 타선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다. 게다가 타자 친화적인 문학·목동구장에서 대회가 열리는 부분도 이변의 가능성을 축소한다.

그렇다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타고투저’의 여러가지 원인 가운데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존 스트라이크존도 국제대회와 비교해 작았던 것을 기억하는 투수들은 오히려 반긴다. 봉중근은 “국제대회라 바깥쪽과 높은쪽에 스트라이크존이 조금 넓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리그에서는 아무래도 스트라이크존이 좁았기 때문에 투수들이 조금 편안하게 공을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타자들에겐 결코 작지 않은 변화다. 한 수 아래의 투수들을 상대하지만 ‘태평양’ 스트라이크존에 당황하면 자칫 말릴 수도 있다. 풍부한 국제대회에서 뛴 경험이 있는 박재홍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국제대회에서는 투수든 타자든 심판의 영향이 가장 크다”면서 “단기전에서는 타자는 심판의 성향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낮은 공을 잘 잡는 주심이라면 적극적으로 치면서 대처하는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야구는 투수들이 아무리 잘 던져도 타자들이 쳐야 이긴다. 대표팀은 지난 18일 LG와의 평가전에서 10득점하며 막강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대표팀 타선이 시즌 때처럼 화력 시범을 보여준다면 한국야구의 2연속 아시안게임 정상 도전은 예상보다 쉽게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