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뒀던 비밀의 카드. 쓰고 싶었지만 쓸 기회가 없던 비장의 카드는 기대 이상의 위력을 발휘했다.

LG가 ‘깜짝 반전’을 보여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가장 고비이자 위기라고 판단했던 2차전을 완벽하게 따냈다.

LG는 2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넥센을 9-2로 눌렀다.

1차전이 한 템포 일찍 투수를 교체한 넥센 불펜의 승리였다면, 2차전은 고민할 것도 없이 선발 투수가 완벽하게 던진 LG의 승리였다.

신정락(27). LG가 NC와 치른 준플레이오프 내내 선발과 불펜 사이에 놓고 언제 활용할까 고민했던 사이드암 투수가 시즌 최고의 피칭을 이 결정적인 경기에서 선사했다.

신정락은 이날 7이닝을 단 2안타 1실점으로 막아냈다. 4사구가 한 개도 없었고 삼진은 10개를 잡아냈다. 7회 유한준에게 커브를 던져 맞은 솔로 홈런과 3회 9번타자 박동원에게 내준 내야안타가 이날 팀 홈런 199개의 넥센 강타선을 상대로 내준 유이한 안타다. 5번 타자 강정호는 삼진만 3개를 당했고, 4번 타자 박병호도 삼진 1개를 포함해 3타석 모두 힘없이 돌아섰다.

올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간 신정락은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선발 출격을 대기해왔다. 4차전 선발을 염두에 둔 채 총력전을 대비, 초반에는 불펜 대기한 신정락은 2차전이 이틀이나 비로 연기돼 결국 선발 등판하지 못했다. 준플레이오프 2~4차전에 모두 불펜 등판해 2.2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LG는 넥센과 만난 플레이오프에서 이 2차전을 가장 많이 고민했다. 확실한 선발카드 류제국·우규민·리오단을 날짜상 등판시키기 어려웠기에 다른 외국인 투수 티포드의 엔트리 합류까지 타진해봤다. 결국 선발 기회는 신정락에게 돌아왔다.

1패를 먼저 안은 LG에게 2차전은 사실상 ‘벼랑 끝’ 경기였다. 게다가 2차전 넥센 선발은 올 시즌 20승을 거둔 다승 1위 밴헤켄이었다.

신정락은 지난 6일 NC전에서 7.1이닝짜리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며 시즌 막바지에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올해 선발 등판은 7번에 선발승은 한 번도 없다. 포스트시즌 출전도 이번 가을이 처음이다. 선발 밴헤켄에 넥센 강타선. ‘프로필’로만 보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신정락이 완승을 거뒀다. 투구수 96개. 최고 시속 145㎞ 직구와 포크볼, 커브에 슬라이더도 간간히 섞으며 예리한 제구로 넥센 타자들을 거침없이 돌려세웠다.

신정락은 2-1로 앞선 7회말까지 역시 7.1이닝 3실점(2자책)으로 호투한 밴헤켄과 치열한 투수전을 벌였다. 그러나 8회초 밴헤켄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1차전의 영웅 한현희-조상우로 이어진 넥센 불펜을 상대로 LG 타선이 6점을 뽑아내 승부는 완전히 기울었다.

LG는 가장 큰 고비인 2차전을 이겼다. ‘원투펀치’ 소사와 밴헤켄을 쓴 넥센에게는 3차전이 가장 고민이다. 이제 LG가 오히려 여유를 가지고 30일부터 넥센을 잠실 홈으로 불러 다시 승부를 시작한다. 목동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